[기고] 국민 위한 LH 사태의 현실적 해법은?

국민일보

[기고] 국민 위한 LH 사태의 현실적 해법은?

김호철 교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입력 2021-03-29 04:0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부동산 문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세대까지도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아마 이번 사태를 폭로한 민변과 참여연대조차 이토록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LH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된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는 토지개발 정보를 독점한 LH 직원들이 시대적 가치인 공정성을 위배해 땅투기를 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임계치를 넘었다는 점이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공직자의 땅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병을 잘 치료하려면 정확한 병명 진단이 우선돼야 하듯, LH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도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한 뒤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부동산 투기 방지 제도 미비와 공기업 직원에 대한 관리 및 감독 부실, 공직윤리 상실 등 복합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LH 사태 해결책으로 제기되는 ‘기관 해체’나 ‘기능 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작금의 사태만을 보면 그간 LH가 임대주택 공급, 신도시 건설, 산업단지 개발 등을 통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다. LH가 2·4 부동산 대책 등으로 수도권에 공급될 주택 물량 205만 가구의 60%를 맡고 있어 본연의 기능이 작동돼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장단기적으로 주거복지, 부동산 시장 안정,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LH의 역할이 아직은 필요하다.

LH의 현 기능을 없애거나 이관할 경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이다. 벌써 3기 신도시 사업 지연 소문이 돌아 인천 검단·경기 동탄 등 2기 신도시 아파트 호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 이런 불안감을 일으킨다. LH가 토지개발, 주택건설, 주거복지 등 기능별로 분리된다면 교차보전 구조가 무너져 막대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LH는 토지개발과 주택분양에서 수익을 창출해 주거복지와 지역균형개발, 도시재생 등 비수익 사업에 투입해왔다. 국가가 LH에 정부 예산이 소요돼야 할 사업까지 맡긴 대신 수익을 창출할 사업에 큰 권한을 준 구조다.

국민임대주택 1가구당 1억원을 넘는 부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LH 대신 다른 기관이 이 사업을 맡는다면 국가 예산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LH가 감당한 임대주택 손실액은 1조7000억원으로 알려져 있고, 향후 손실액은 더욱 늘어날 우려가 크다. LH 기능 조정 시 이 막대한 손실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LH의 토지개발 기능을 지방공사로 이관한다면, 재정력이 약한 지방공사의 부채가 급증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공사의 역할이 확대돼야 하지만 준비 없이 서두르면 오히려 지역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LH 기능 조정 시 2·4 대책의 차질도 불가피해 보인다. 2·4 대책은 민간에서 수익 모델로 접근하기 어려운 쇠락한 도심의 불량 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주택공급과 도시재생, 주거복지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현재로서는 LH 기능을 활용해야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히 추진할 수 있다.

LH 일부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공동체의 발전을 견인할 선택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전체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하면 패가망신’하는 제도를 안착시키고, 땅에 떨어진 공직 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향이다. LH 조직은 치밀한 투기 방지 제도를 마련한 뒤 뿌리부터 개혁하고, LH 미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장단기적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김호철 교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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