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평일도 주말처럼 여유롭게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평일도 주말처럼 여유롭게

이원하 시인

입력 2021-04-07 04:06

부다페스트에서 한 가지를 약속했다. 평일에는 매일 공원에 가기로 말이다. 이곳에 부는 바람과 햇살을 피부로 직접 느껴야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기에 산책은 나에게 출근과도 같은 것이다. 게다가 워낙 집순이라서 약속이라도 하지 않으면 한없이 게을러질 게 뻔하다. 대신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기에 모두가 정신없을 법한 평일에만 외출하기로 계획을 짰다.

하지만 평일 낮에 찾은 공원은 예상한 것과 전혀 달랐다. 끝없이 펼쳐진 숲길 대신 끝없이 펼쳐진 사람들만이 존재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사람들 어깨에 부딪히며 힘겹게 입장해야 했다. 모두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며 걸었다. 두 시간가량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에게는 왜 이들처럼 공원을 즐길 여유가 없었을까. 왜 이런 것으로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을까.

한국에서 나는 일하기 바빴으며 휴일에는 특별한 공간으로 떠나길 바랐다. 집 근처 공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제주도와 같은 유명한 여행지로만 떠나길 원했다. 하지만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동네의 평범하고 작은 공원에 나와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물론 코로나19 시대에 위험한 행동인 것 같지만,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을 전부 다 폐쇄해버린 마당에 모든 공원만 개방해둔 데에는 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부다페스트에서 공원이란 감히 폐쇄를 고려해볼 수조차 없는 공간이 아닐까. 나에겐 큰마음 먹고 찾는 공원이지만 이들에겐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삶의 깊은 한 부분이지 않을까. 거창한 놀이공원 하나조차 없는 부다페스트에서 이들에게 최고의 테마파크는 바로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공원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도 공원에 앉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기를 희망해 본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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