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지킨 신앙 유물 ‘놋종’ 한국기독교 사적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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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지킨 신앙 유물 ‘놋종’ 한국기독교 사적 지정

전남 신안군 비금덕산교회 놋종
예장통합 ‘제39호 지정예식’ 진행
1920∼30년대 평양 인근 제작 추정

입력 2021-04-0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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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총회는 5일 전남 신안군 비금덕산교회 종탑을 찾아 한국기독교 사적 지정예배를 드렸다. 사진은 교회 전경. 예장통합 제공

멀고 먼 섬마을 교회의 놋쇠로 만든 종이 한국기독교 사적으로 지정됐다. 100여년 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의 도서선교 열정과 섬마을 주민들의 신실한 신앙이 합쳐져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총회장 신정호 목사)는 5일 전남 신안군 비금면 비금덕산교회(황규석 목사)를 찾아 ‘한국기독교 사적 제39호 지정예식’을 진행했다.

비금덕산교회는 ‘미 남장로교 도서선교 기념교회’이다. 1908년 목포선교부 소속이던 헨리 D 매컬리(맹현리) 선교사가 배를 타고 섬에 들러 예배를 드린 것에서 기원한다.

호남지역을 선교구역으로 했던 미 남장로교는 육지뿐만 아니라 섬마을 선교를 중시해 한국인 조사와 함께 도서지역 교회를 개척해 나갔다.

비금덕산교회에서 분가한 교회만도 비금서부교회 비금제일교회 비금도고교회 당산교회 서산교회 영광교회 비금동부교회 송치교회 신안교회 신안제일교회 비금중앙교회 갈보리교회 가산교회 비금실로암기도원 등 14개 처소에 이른다.

놋종의 모습. 예장통합 제공

비금덕산교회 앞마당 높다란 종탑 안의 놋종은 섬마을 성도들의 신실함이 담긴 유물이다. 예장통합 역사위원회는 “놋종의 정확한 제작 연도는 알 수 없으나 4대 교역자였던 김봉현 조사 때 종을 구입한 것으로 보아 대략 1920~30년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교회 기록은 김봉현 조사의 동생 김봉신이 목포의 한 교회 종소리에 은혜를 받아 3년간 점심을 금식하며 모은 양식으로 평양에서 종을 구매했다고 전한다.

놋종의 외부엔 십자가 표시와 함께 ‘관서로종’이란 한글이 새겨져 있다. 관서로는 평안도 일대를 지칭하는 말로 역사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평양 인근에서 제작된 종으로 유추했다. 특히 철이 아닌 놋쇠로 주조된 종이어서 남한에선 발견되지 않은 형태이며 종소리가 부드러운 특징을 지닌다.

역사위원회는 “일제 강점기 교회 종들이 공출당했을 때 드물게 교인들의 노력으로 빼앗기지 않은 종들이 있는데, 비금덕산교회 놋종 또한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비금덕산교회는 “일제 때 흔적으로 보이는 다수의 흠집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예배 때 타종할 정도로 양호한 상태”라고 전했다.

신정호 총회장은 지정예식 설교를 통해 “통일이 되면 이 놋종을 평양으로 옮겨가 그곳에서 타종식을 하는 날을 기다린다”면서 “일제 강점기와 6·25 등 근현대사 여러 위기 속에서도 이 큰 놋종을 잘 보관해온 교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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