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유농업이 성공하려면

국민일보

[기고] 치유농업이 성공하려면

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입력 2021-07-01 04:02

2006년 즈음 ‘프리허그(Free Hug)’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다. 프리허그는 길거리에서 “Free Hug”라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행위다. 한국은 포옹하는 문화가 없어서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곧 마음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라는 것이 느껴지면서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있다.

지난 3월 뉴스에서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소’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장기화로 고립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에서 ‘소 껴안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네덜란드에서 ‘koe knuffelen’(코 쿠너펠렌·암소 포옹)으로 시작된 치유 프로그램이 스위스와 덴마크를 거쳐 미국 일부 농장으로 전파됐다. 자신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껴안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식이다. 껴안는 동물의 몸집이 클수록 효과가 크다고 하니 크고 순한 소가 딱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3월 25일 농업 분야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새로운 법 하나가 시행됐다. 바로 ‘치유농업법’이다. 치유농업이란 농업 활동이나 농촌 자원을 통해 국민 건강에 도움을 주고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다. 해외에서는 케어 파밍(care farming) 혹은 소셜 파밍(social farming)이라고도 부르며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현재 네덜란드나 프랑스에는 1000여개의 치유농장이 운영 중이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14종의 효과가 검증된 치유 프로그램이 개발된 상태다. 농촌진흥청은 4월 발족한 치유농업추진단을 통해 다양한 치유농업 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성을 검증해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치유농업 기반 구축을 위해 권역별 치유농업센터도 만들고 치유농업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가자격시험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차근차근 현장에 안착시키는 일만 남았다.

한 가지 난제는 경제적 자생력이다.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정부 지원과는 별도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소 껴안기 프로그램은 시간당 75달러(약 8만5000원)를 받는데 7월까지 예약이 차 있다고 한다. 이런 모델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도 치유농업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사업화와 창업 지원에 박차를 가해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국민에 대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다. 지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치유농업이라면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유농업이 국민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