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무감각한 차별의 심각함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무감각한 차별의 심각함

윤소정 패션마케터

입력 2021-07-19 04:07

미국에서 동양인 혐오 범죄가 증가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보다 ‘우리는 다른가’라는 자문 때문에 그렇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부터 가볍게는 호기심에서 심하게는 혐오까지 인종이나 출신국으로 사람을 구분 짓고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걸 볼 때 갈 길이 참 멀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에서 유학할 때 잉글랜드인만 많이 산다는 작은 마을에 혼자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었다. 버스 안에서 할머니들이 나를 흘긋흘긋 쳐다보는데 바로 며칠 전 무서운 인종차별을 겪었던 터라 순간 긴장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몰래 쳐다보다 아닌 척 고개를 돌리는 표정에서 차별이라기보다 신기해함이 엿보였다. 그간 나 같은 동양인은 별로 본 적이 없었던지 단순한 호기심을 숨기지 못한 것 같았다.

한 친구의 엄마는 딸이 출산하는 병원에서 흑인을 보고 와서 “흑인도 애를 낳더만? 우짜쓰까 그거 낳아봤자 흑인인데…”라고 했었다. 경우가 없거나 안하무인과는 거리가 먼 심성 고운 어머님이 그런 말을 신기하다는 듯 툭 던져서 우리 사회가 행하는 인종차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던 시대를 살아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놀랄 때가 있다. 아이의 양육을 맡은 베이비시터를 대할 때 ‘한국 이모님’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모시지만 다른 나라 분은 감시하고 잘 다스려야 한다며 고압적 자세를 취한다. 어린 엄마들의 단톡창에서 심각한 인종차별과 혐오의 발언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모습을 볼 때 우린 앞으로 얼마나 오래 갈등을 겪게 될까 걱정스럽다. 인권에 대한 의식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생각했던 사회에서조차 특정 상황에서 차별 의식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분출하는 걸 보니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한 진지한 경험과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