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소배심제 도입해야

국민일보

[기고] 기소배심제 도입해야

안준성 연세대 객원교수·미국 변호사

입력 2021-07-22 04:03 수정 2021-07-22 04:03

대검찰청은 지난 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최모씨의 모해위증 혐의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최씨가 부동산 채권 투자 이익금 53억원을 놓고 동업자와 소송을 벌이던 중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혐의다. 유력 대권 후보 가족사건의 재수사 결정이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해 검사의 재량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기소편의주의란 법률상 전제조건을 충족할지라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범인의 연령·성행·지능·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등을 참작한다. 기소 기준에 탄력성을 제공하지만 자의적이거나 정치적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2010년 6월 11일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스폰서 검사’ 파문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검찰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미국식 대배심제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기소배심제’ 도입 추진을 발표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직접 심의·평결하는 제도다. 2018년부터 기소배심제의 전 단계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대검찰청 내에 설치 및 운영되고 있으나 실효성 논란이 자주 일었다.

미국식 배심제는 소배심과 대배심으로 나누어진다. 소배심(petit jury)은 만장일치로 유무죄를 평결하고, 대배심(grand jury)은 다수결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대배심의 경우 적용 범위는 중범죄 및 연방 범죄다. 검사가 판사에게 기소 요청을 하면 판사는 16인에서 23인으로 구성된 대배심원단을 소집한다. 18세 이상의 모든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선정된다. 심의 과정은 비공개이며 검사가 진행한다. 대배심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증거자료 수집과 검토, 증인심문 등의 수사 역할과 혐의에 타당한 근거가 있는가를 결정하는 기소 역할이다.

미국식 대배심의 기소 권한은 두 가지다. 피의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과 독자적으로 범죄 혐의자를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이다. 전자는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 후자는 고위공직자 범죄 등의 각종 범죄를 수사하는 창 역할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검찰의 중립성 확보 차원에서 대배심원에게 기소 권한이 주어진다.

우리나라도 검찰의 기소독점권 견제 차원에서 기소배심제를 도입해야 한다.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기소배심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근거 규정을 대검찰청 예규인 운영지침에서 국민참여재판법 등의 법률로 격상해야 한다. 둘째, 참여폭을 확대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선정 기준처럼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여해야 한다. 셋째, 심의 결과에 강제력을 부여해야 한다. 기속력 부재로 인한 검찰의 자의적 수용 여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기소배심제 도입과 더불어 시민 사법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 때다.

안준성 연세대 객원교수·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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