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회자의 민원, 장례식 ‘종교인 1인 참석’ 길 열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한 목회자의 민원, 장례식 ‘종교인 1인 참석’ 길 열었다

거리두기 4단계에선 ‘친족만 허용’하자
임채근 목사 당국에 조목조목 문제 제기
서울시·복지부 “고인 편히 보내드려야”

입력 2021-07-23 03:02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최근 장례식장 참석은 ‘친족만 허용’한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종교인 1인’도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예수제자교회 임채근 목사의 민원으로 이 같은 예외사항을 추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장례식장 관계자들은 지난 19일 단체 채팅방에서 회의를 열고 한 민원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민원인은 ‘기독교인인 고인을 위해 가족이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드리고 싶은데 4단계 거리두기 상황에선 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따르면 3그룹 시설인 장례식장과 결혼식장은 참석자로 ‘친족만 허용’했다. 가족이 아니라면 종교인을 포함한 사람들은 참석할 수 없다.

회의 참석자들은 민원 내용에 공감하고 곧바로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 담당자는 22일 “고인을 편히 보내드리는 게 장례다. 발인 예배 등도 장례절차인 만큼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곧바로 장례식장 담당자들에게 종교인 1명은 참석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고지했다”고 말했다.

민원인은 바로 서울 예수제자교회 임채근 목사다. 최근 임 목사는 성도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으려다 멈춰 섰다. 거리두기가 마음에 걸렸다. 장례식장 측에 확인해 보니 4단계에선 고인의 친족이 아니면 참석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임 목사의 머리에 떠오른 게 상조회사 직원들이었다. 상조회사 직원들은 장례식장을 출입하는데 기독교식 장례식에 목사가 참석할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바로 보건복지부, 서울시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당국은 일정이 이미 정해진 장례절차라는 점을 고려해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결혼식장은 친족 외 주례자 1명의 참석을 인정해 기독교식 결혼에선 주례자로 목회자가 나설 수 있듯 장례식도 종교인 1인 참석 등 예외 사항을 두기로 했다.

복지부 노인지원과 담당자는 “노래 부르기 등 침이 튀기는 행위를 제외하면, 조용히 기도하며 성경을 읽는 등 간단한 예배는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서울시를 비롯해 4단계 조치가 내려진 지역의 지자체와 장례식장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고지했다고 한다.

임 목사는 당국의 신속한 결정에 장례식장에서 위로예배, 입관예배와 발인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지난 21일 장례를 마친 유족들은 임 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임 목사는 “유족들은 평생 믿음 생활을 한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에 기독교식 장례를 치르고 싶었는데 4단계에서 제대로 보내드리지 못한다는 상황에 슬픔이 더 컸던 듯 싶다”며 “장례식을 치르고 큰 은혜가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갓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