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다른 사회를 알고 싶다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다른 사회를 알고 싶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입력 2021-07-26 04:05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함께 시청했다. 아이가 한참 전 세계 국가 정보에 빠져 있던 터라 아는 나라 이름과 국기가 나올 때마다 신이 나서 즐겁게 관람했다. 각국 선수들이 입장할 때 그 나라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표시됐는데 ‘노르웨이-연어’ ‘루마니아-드라큘라’처럼 유치원 교재에나 있을 법한 내용이 이어져 갸우뚱했다. 요즘은 선거 방송도 장난스러운 효과가 가득하니 나름 젊은 세대의 B급 감성인가 싶다가, 백신 접종률을 보고는 혹시 일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번역한 건가 싶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방송의 일차원적이고 무신경한 국가 소개에 곧바로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다른 국가를 조롱하는 악의가 있었을 리는 없고 폭넓은 시청자층을 감안해 누구나 알 만한 정보를 쉽게 보여주려 했다고 믿고 싶다. ‘체르노빌’, ‘핵실험장’ 같은 내용도 그 나라에 대해 알 만한 정보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런데 우리는 다른 나라에 대해 정말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나의 경우 다른 사회라고는 겨우 한 나라에 고작 1년 살아봤을 뿐이지만 그때 그동안 상식이라고 믿던 대부분이 그저 우리 사회의 관습이고 문화일 뿐이라는 걸 절감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얽매여있던 악습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다양한 사는 방식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자랐다.

다른 사회에 대해 많이 알아야 우리 사회의 잘잘못이 명확해지고 정치인들의 구호에 휘둘리는 대신 건강한 판단력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 방송에서는 다른 사회의 사는 모습을 구경하기 어렵다. 지구촌 뉴스는 희한한 사건 사고로 채워지고 다른 나라에 대한 프로그램은 맛과 멋을 소개하는 여행 정보가 대부분이다. 종일 인터넷에서 봤던 소식들로 채워져 시청할 이유가 적어지는 저녁 뉴스 대신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글로벌 뉴스를 보고 싶다. 이대로는 우리도 갈라파고스 국가가 될까 두렵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