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반격의 시작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반격의 시작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 (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입력 2021-07-26 04:03

지난 몇 년 동안 중국과 세계 각지의 그 추종 세력은 2049년까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서사를 퍼뜨려 왔다. 그러나 이제 중국 관련 이 거짓된 서사에 대한 미국의 반격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확실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 공군은 이달 말 ‘퍼시픽 아이언 2021 작전’ 실행 과정에서 괌과 티니언섬에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F-22 랩터를 무려 25대나 투입한다. 미국은 중국이 현재 보유한 전체 5세대 전투기보다 더 많은 수의 5세대 전투기를 언제든지 예고 없이 대거 투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다. 지난 6월 미 국방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방문군협정(VFA) 종료를 6개월 더 연장한 것을 적극 환영했다. 1998년 필리핀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군사협정인 VFA는 미군 차량과 장비가 필리핀 영토에 드나드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VFA는 1951년 미국과 필리핀이 체결한 상호방위조약 제4조의 핵심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 시도에 대한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두테르테 이후의 필리핀 정권도 중국의 침략에 대해 미국 최전선 방어의 필수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여기, 지리학적인 횡포가 있다. 필리핀의 수빅만은 루손해협을 통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전략적 해군기지다. 루손해협은 필리핀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대만과 루손섬 사이의 해협이다. 루손을 지배하는 자가 남중국해에서 서태평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인 바시해협을 지배하게 된다. 이것은 일본 오키나와 남부에 위치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제 수로인 미야코해협의 통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이렇게 연결된 해상 항로에 대한 접근은 주요 무역, 군사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제1도련선’인 바로 이곳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을 위한 잠재적 제1 충돌 지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통신 케이블이 루손해협을 통과한다. 이러한 케이블은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및 한국에 중요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다수 사람은 인터넷망의 중심을 위성과 기지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대륙 간 모든 데이터 및 커뮤니케이션 트래픽의 95% 이상을 전송하는 380개의 해저 케이블이다. 제이미 포고 제독은 “수중 케이블은 우리의 중요한 인프라의 일부이며 세계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은행이 주도한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통신케이블 부설 사업 프로젝트를 중국이 참여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며 결국 해당 사업은 백지화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주로 사용하는 한트루-1(HANTRU-1)과 연결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케이블은 상당한 군사 자산을 보유한 미국 영토인 괌을 지나고 있기에 미국 입장에서 상당히 민감한 사항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 생활의 모든 측면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기본적으로 네덜란드가 장비를 만들고 한국이 이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아 네덜란드 정부에 중국에 ASML 장비를 팔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주요 회원국인 네덜란드와 비NATO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이용해 중국이 이 중요한 장비와 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 하고 있다.

첨단 무기 개발과 같은 군사적인 하드웨어는 언제나 중요하다. 그러나 향후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에 있어서 반도체 역시 대한민국의 새로운 ‘전략무기’가 될 것이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 (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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