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대한민국 청지기 선발

국민일보

[경제시평] 대한민국 청지기 선발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입력 2021-07-27 04:06

대선 주자들의 경주에 속도가 붙었다. 일자리 문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저출산·저성장 극복, 정의·공정의 회복.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전면적 변화와 미래를 향한 획기적 도전이라는, 이전 정권들이 남긴 미완의 난제가 그들 앞에 던져졌다. 문제들은 여간 심각하지 않고 대응할 시간은 아주 빠듯하다. 코로나19라는 종잡을 수 없는 변수까지 끌어안고 국민의 막힌 속을 시원히 뚫어줄 새 비전과 공약을 내놓기 위해 축적된 경험과 훌륭한 책사들을 총동원한다. 누구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지, 누가 흔쾌히 자신의 혜안을 나눠주는지에 이미 후보자의 품성, 삶의 궤적, 국정 리더로서의 성공 가능성의 실마리가 한가득 숨겨져 있으니 후보자뿐 아니라 그 주변인들도 잘 살펴볼 바다.

여러 선거와 인사검증을 이미 거친 주자들은 공치사 대신 솔직한 반성과 샘물 같은 시원함을 장착해야 하고, 샛별 신입 주자들은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식견을 증명해야 한다. 경제 선진화나 정치 민주화라는 아름다운 역사에 무등탔던 이전 정권과는 달리 이미 미래로 내달리는 대한민국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갈 문 열기를 누가 해낼 것인가의 경쟁이다. 경제 부문에서 새 문 열기는 포스트 소득주도성장이다. 경제 부흥과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보가 여럿이고 경력부터 경제전문가인 후보들이 가세했다. 선명한 미래 비전, 목표와 수단의 정합성, 기존 정책에 대한 치밀한 평가, 탄탄한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정책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과대포장 공약은 설 곳 없는 선거여야 할 터이다. 아직은 각 후보의 공약이 무르익는 중이라 파편적인 예고편이나마, 시작은 함께 지금은 사뭇 따로인 책 두 권을 짚어봤다.

국가 비전은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이낙연)다. 북유럽 복지모델을 기반으로 한 신복지는 소득·주거·노동·교육·의료·돌봄·문화체육·환경 등 국민 삶을 전방위적으로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확보와 불평등 완화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개헌에 담는다. 연민을 기초로 한 생명의 신경제는 안전·연대·공유·미래를 새 시대정신으로 삼는다. 상생연대 3법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청년출발자산, 지방국립대 무상교육, 청년 무상의료, 군 사회출발자금, 청년주거 급여, 공공산후조리원 등 개인별, 연령 접근형 지원 기반의 신청년시대를 연다. 공공의대, 기후에너지부, 대통령 직속 백신개발위원회를 설치한다.

국가 비전은 ‘기회 복지국가’(김동연)다.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소득·주거·교육에서 튼튼한 기회 복지안전망으로 국민 삶의 질을 보장하는 국가다. 승자독식 구조, 국가 과잉과 격차 과잉을 공감에 기반한 사회적 고통 분담 협약을 통해 바로잡는다. 혁신의 경제 역동성과 공정을 회복하기 위해 4년 연임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고 청와대와 국회, 정부를 개혁해서 공공부문 철밥통을 깬다. 시민의회와 규제개혁부를 신설해서 시장과 경제에서 민간의 창의, 자유와 경쟁을 활성화하고 국가는 가부장적 후견주의 대신 기업가 국가, 보험 국가를 지향한다. 강화된 소득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정책 위에 고용 유연성을 갖춘 한국형 노동안정 유연성 모델을 만든다. 취업과 교육에서의 기회할당제를 확대한다.

이익공유제, 토지공개념, 미래전략산업, 지방분권·균형발전, 교육과 연금개혁 등 꽤 많은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러나 기본 가치와 세부 전략으로 퍼즐을 맞춰본 두 포도밭은 씨뿌리고 경작하고 거두고 나누는 방식에서 많이 달랐다. 지혜로우면서도 충성스럽고 자기 본분을 잊지 않는 정직한 청지기는 누구이고 어떤 포도밭을 자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주인의 고심은 깊어진다.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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