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전 68년, 군사적 안정성에서 평화로

국민일보

[기고] 정전 68년, 군사적 안정성에서 평화로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원

입력 2021-07-27 04:05

68년 전인 1953년 7월 27일 3년에 걸친 긴 6·25전쟁이 종지부를 찍었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 2㎞에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됐다. 문제는 이후 비무장지대가 ‘무장 지대’가 됐다는 데 있다. 양측은 비무장이 원칙인 DMZ에 감시초소(GP)와 추진 철책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DMZ는 수십 년을 거치며 군사적 대치의 상징이 됐다.

GP에는 소대급 병력이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다. 상대 측 부대나 감시초소의 동태 파악과 첩보 수집 등이 주임무다. 북한과 근접한 지역인 까닭에 심신이 건강한 인원들이 선발 배치되고 있다. 한번 들어가면 수 개월 동안 상주한다.

지난 60여년간 DMZ에서는 100여 차례의 총·포격 도발이 있었다. 북한군이 우리 측 순찰로에 지뢰를 매설해 우리 장병들이 피해를 본 사례도 발생했다. DMZ는 일반인들의 출입은 불가능하고 생태·삼림·환경과 같은 특수목적에 따른 출입만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본래 목적대로라면 DMZ는 휴전 중인 양측 간 군사적 완충지역이 돼야 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현실은 정반대다. 무력 대치와 물리적 충돌이 빈발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DMZ에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GP를 시범 철수했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화시켰다. 일부 GP는 ‘DMZ 평화의 길’로 민간에 개방됐다. 우리 국민은 안보체험장이자 평화 현장으로 변모한 DMZ와 GP에 현재까지 약 1만5000여명이, JSA엔 3만2000여명이 방문했다. 특히 DMZ 평화의 길 프로그램에는 GP 내부까지 방문할 수 있는 체험활동이 포함됐다. 과거 원거리에서 쌍안경으로만 바라볼 수 있었던 방문객들은 영화에서나 보던 공간을 실제로 체험한다. 60여년간 보존된 천혜 자연을 만끽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내 거주민들에게 총·포격 도발의 악몽은 재연되지 않고 있다. 중부전선 화살머리 고지에서는 3000여점의 유해를 발굴해 9명의 국군전사자 유해와 유품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요컨대 9·19 군사합의 이후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군사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9·19 군사합의가 만들어 낸 GP 철수와 DMZ 평화의 길 조성, JSA 비무장화, DMZ 내 유해발굴 등을 통해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DMZ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 분위기를 이어 DMZ에서 의미있는 사업을 지속 추진한다면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DMZ 내 유적 발굴과 박물관 건립, DMZ 안보관광지화, DMZ 생태학습장 조성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분단의 산물이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안보·관광·역사적 가치를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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