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올림픽 마케팅 실종

국민일보

[한마당] 올림픽 마케팅 실종

이흥우 논설위원

입력 2021-07-27 04:11

코로나 팬데믹 속에 진행 중인 2020 도쿄올림픽이 올림픽 흑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새로운 팬데믹 진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스가 정권이 개최를 강행한 이번 올림픽에 대해 온갖 악평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120년 넘는 올림픽 역사에서 개최국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반대한 올림픽은 없었다.

올림픽은 월드컵 대회와 더불어 지구촌 최대 축제로 불린다. 관심이 워낙 커 중계권 경쟁에 천문학적 돈이 오가고 글로벌 기업들은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 공식후원사가 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에 기꺼이 거액을 후원한다. 기업 홍보와 제품 마케팅의 둘도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은 이전과 달리 올림픽과 손절하려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기업들이 이런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도쿄올림픽 최대 후원사로 알려진 도요타자동차는 토요타 아키오 사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한 것은 물론 TV 광고도 보류했다. ‘여러 가지 이해되지 않는 올림픽’이라는 이유에서다.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파나소닉, NTT도코모, NEC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통신회사들도 손절 대열에 동참했다. 올림픽을 반대하는 일본 내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올림픽을 활용해 홍보에 나설 경우 외려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서다.

우리나라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TV에서 올림픽을 활용한 광고를 거의 볼 수 없다. 무관중 올림픽이어서 긴장감과 몰입도가 떨어지는데다 함께 모여 응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이전 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덜한 듯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고 있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한·일관계도 국내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두고 ‘저주받은 올림픽’이라고 했었다. 올림픽 분위기를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소 발언이 점차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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