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에 무슨 일이”… 증권사·PB, 한목소리로 청약 자제 경고

국민일보

“카뱅에 무슨 일이”… 증권사·PB, 한목소리로 청약 자제 경고

금융권 “기업 산정 등 의문”
카뱅 “사업 특수성 비교 불가”

입력 2021-07-27 00:06 수정 2021-07-27 00:06

전통 금융업에 뛰어드는 IT(정보 기술) 기업의 한계일까, 혁신적인 빅테크에 대한 업계의 견제구일까.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가 막을 올린 가운데 기존 금융권에선 잇달아 기업가치 고평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6일 시작된 카카오뱅크 일반 청약의 통합 경쟁률은 37.8대 1, 청약 증거금은 12조521억원을 기록했다. 청약 건수는 96만2810건이다. 첫날 증거금으로는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22조2000억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14조1000억원) 수준에는 못 미쳤지만, 하루만에 96만명이 12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넣었다는 점에서 ‘공모주 열풍’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런데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를 두고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분석 리포트에서 이례적으로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 주가를 청약 공모가보다 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장외 시장에서 8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시중 은행 시총을 고려하면 어이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시중 은행 수준의 비이자이익을 실현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에게 공모주 투자 자제를 가이드로 제시한다”고 했다.

증권가에서 카카오뱅크가 고평가 됐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공모가 책정 시 비교 기업 산정이 적절하지 않았고, 카카오뱅크도 결국 은행법과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는 은행이라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은행법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비은행 서비스로 확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은행이 금융지주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증권·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는 이미 카카오페이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경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 당국의 규제 강도를 배제한 채, 해외 디지털 금융 사업자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건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 산업은 자본 건전성 등을 이유로 전자지급결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규제를 받는다”며 “빅테크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금융업에 진출하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측은 금융 플랫폼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기존 은행 산업과 단순히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최근 IPO 기자 간담회에서 “사업 특수성이 있어 (은행 산업과) 영업이익 구조와 수익성이 다르다”고 밝혔다.

기존 금융권에서 필요 이상으로 견제에 나서는 배경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2500조원이 몰린 것을 보면 카카오뱅크의 미래 가치가 인정됐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27일 마감하는 카카오뱅크 청약은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금지된 탓에 투자자들이 마감 직전까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주관사 KB증권에 따르면 청약 첫날 기준 KB증권에 6조6214억원으로 가장 많은 증거금이 모였다. 한국투자증권(4조5970억원), 하나금융투자(5969억원), 현대차증권(2369억원)이 뒤를 이었다. 경쟁률은 한국투자증권(39.4대1), KB증권(38.5대1), 하나금융투자(32.4대1), 현대차증권(19.3대1) 순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가용 자금력이 많지 않은 소액 투자자들은 균등 배정을 가장 확실하게 노릴 수 있는 KB증권에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균등 배정이란 최소 청약 증거금만 넣으면 균등 배정 물량 내에서 모두가 동일한 수량을 받는 방식을 뜻한다. 일반 청약 물량의 50%가 균등 배정 방식이 적용되는데, 청약 건수가 균등 배정분을 초과할 경우 해당 물량은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증권사별 균등 배정 물량은 KB증권(881만577주), 한국투자증권(597만8606주), 하나금융투자(94만3990주), 현대차증권(62만9327주)다.

조민아 김지훈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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