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펜싱 ‘약속의 땅’ 지바, 흉작 우려

국민일보

태권도·펜싱 ‘약속의 땅’ 지바, 흉작 우려

두 종목 합쳐 아직까지 동 2개뿐
태권도 ‘노골드 행진’ 뼈 아파
‘금7 종합 10위’ 한국 목표 흔들

입력 2021-07-27 04:02
김지연(오른쪽)이 26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16강전에서 무방비로 열린 마리엘 자구니스(미국)의 몸통을 공략해 득점하고 있다. 지바=김지훈 기자

“마지막 올림픽인데, 부상을 당해 재정비 시간이 필요했지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말하던 ‘맏언니 검객’ 김지연(33)이 입술을 깨물었다. 김지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와 땀과 뒤섞였다.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김지연은 자신의 펜싱 인생에서 마지막 올림픽에 임하고 있다. 김지연은 울음을 삼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단체전은 팀워크로 펼쳐지는 만큼 충분히 (메달권 진입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연은 후배들을 위해 도쿄올림픽 출전을 결심했다. 고질적인 골반 부상과 지난해 2월 아킬레스건 파열로 몸을 혹사해 왔지만, 올림픽 메달을 바라보는 후배들을 위해 은퇴를 잠시 미뤘다. 김지연은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다. 9년 만에 돌아온 생애 마지막 올림픽 개인전은 김지연에게 정상 탈환을 허락하지 않았다.

김지연은 26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16강전에서 마리엘 자구니스(미국)에게 12대 15로 져 탈락했다. 자구니스는 런던올림픽 준결승전에서 김지연에게 우승 길을 열어준 상대다. 당시 20대였던 두 검객은 이제 30대 베테랑으로 성장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눴고, 이번에는 김지연이 무릎을 꿇었다. 김지연과 함께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최수연과 윤지수도 나란히 16강에서 탈락했다.

같은 날 마쿠하리메세 A홀로 편성된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이하급과 남자 80㎏ 이하급에선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 펜싱 태권도 대표팀은 첫 경기일인 지난 24일부터 사흘째 금맥을 뚫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분산 개최지 중 한국에 가장 많은 메달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효자마을’ 지바에서 한국 선수단의 표정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지바는 한국의 ‘메달밭’으로 평가되는 태권도와 펜싱을 개최한 곳이다. 하지만 두 종목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한국의 ‘세븐-텐’(금메달 7개-종합 10위)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이 지금까지 지바에서 수확한 메달은 태권도 남자 58㎏급의 장준과 펜싱 남자 사브르의 김정환이 하나씩 획득한 동메달 2개가 전부다. 특히 태권도의 ‘노골드’ 행진이 뼈아프다.

한국 태권도 선수단의 표정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대훈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된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을 패배로 끝낸 뒤 믹스트존에서 한 외신기자로부터 한국의 부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대훈은 “세계 태권도의 기량이 평준화됐다”고 답했다.

이대훈의 말처럼 태권도의 판세는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등으로 분산됐지만 올림픽에서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는 한국은 이제 초유의 무관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 태권도는 27일 남자 80㎏ 초과급의 인교돈, 여자 67㎏ 초과급의 이다빈이 마지막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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