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족정책에 ‘건강가정’ 프레임 부적절

국민일보

[기고] 가족정책에 ‘건강가정’ 프레임 부적절

김권영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입력 2021-07-29 04:07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강가정기본법 개정과 관련해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주장이 제기돼 법률 개정 취지와 정부의 가족정책 방향을 말씀드리려 한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정책의 근간이 되는 기본법으로 2004년 제정됐다. 그런데 당시부터 ‘건강가정’이라는 용어가 차별적·배제적이라는 논란이 있었고,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용어가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도출함으로써 혼인·혈연·입양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에 대한 차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가치중립적 용어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배경으로 지난 16년간 국회에서 세 차례 가족정책기본법으로의 개정 논의가 있었고, 현재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27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건강가정기본법이라는 제명을 가치중립적 용어로 변경하고, 가족의 정의를 보완해 아동위탁가정, 비혼동거 부부 등이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은 당사자 단체의 의견과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지난 7월 20일자 국민일보 기고문에서 정지영 교수가 “여성가족부가 진보적 여성주의자들의 말을 듣고 법명을 개정하려 한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 왜곡이다.

정 교수 말대로라면 한부모와 미혼모 단체, 장애인 단체 등이 이른바 ‘진보적 여성주의자’라는 것인데, 의견이 다르다고 정책 당사자의 목소리를 진보적 여성주의자의 주장이라는 이념적 논쟁거리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심지어 정 교수는 1인 가구와 관련, 지난 5월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여가부 차관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마치 한 것처럼 왜곡했다. 법안소위에서 여가부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돼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과 실제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게 충실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족정책의 핵심이므로 법률이 핵심적인 정책 당사자로부터 “차별적이고 배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가정을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법률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건강가정을 보건의료 분야 용어로 오인하거나, 이른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인식함에 따라 보편적 가족정책의 근거 법률로 자리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년기본법, 교육기본법 등 대다수 기본법은 가치중립적 제명을 사용하고 있다.

보편적 가족정책은 건강가정이라는 수식이 필요하지 않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차별 없이 지원하는 것이 보편적 가족정책의 핵심이다. 그 출발점은 건강가정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김권영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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