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공정 전환 위한 사회적 대화 2.0

국민일보

[여의도포럼] 공정 전환 위한 사회적 대화 2.0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입력 2021-07-29 04:03 수정 2021-07-29 04:03

고용노동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방안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작년 7월 공개했던 한국판 뉴딜이 노동 없는 뉴딜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디지털 경제와 녹색 경제를 지원하는 16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만 내놨지 산업구조 개혁에 따른 일자리 변동 대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이를 보완해 2025년까지 60조원을 추가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2.0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발표했고 이에 기초한 실행 계획을 노동부가 내놓은 것이다. 공정 전환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생태주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겠지만 내용적으로는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꿀 때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계획에 따르면 단기 일자리 사업에만 매달리던 정부가 그동안 소홀했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어서 고무적이다. 더구나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힌 대로라면 공정한 노동전환을 위해 국가의 예산을 지금보다 몇 십 퍼센트가 아닌 몇 배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산 투입 및 제도 정비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다음 정부의 선택에 따라 이 프로그램은 확대될 수도,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 다행히 공정 전환이 미래 가치이고 정책 패키지도 창의적이어서 응용의 여지는 많아 보인다. 석탄화력 발전과 내연기관 자동차 업종의 구조조정으로 쏟아져 나올 실직자를 위한 장기 유급훈련휴가나 전직 지원 서비스 등은 먼 미래의 얘기도 아니다. 또한 전통 제조업의 탄소 배출 감축이나 디지털 기술 확산에 따른 전 산업 차원의 직업 변동과 직무 전환에 선제 대응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따라서 기존의 직업능력개발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전 국민을 상대로 직업 전환을 상시 지원하는 교육훈련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정 전환 프로그램은 자영업 부문의 구조조정에도 확장 적용돼야 한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며 자영업자들의 업종 전환이나 전직이 봇물을 이루지만 이들은 산업 정책과 고용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별도 대책이 없으면 각자도생에 내몰리게 된다. 비정규직이나 특고 종사자들에게도 양질의 고용 서비스와 훈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한국판 뉴딜 2.0의 공정 전환은 기존 제도와 예산을 조금 개선하는 수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교육훈련 체계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디지털 경제와 녹색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양질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거버넌스를 재구축해야 한다. 교육훈련 시장을 현대화하기 위한 규제 개혁과 공공성 강화, 업종별 노사단체와 지자체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하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이 있는 한국판 뉴딜로 가려면 공정 전환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그래야 한 정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지속 가능하고 시장의 호응도 커진다. 어차피 지금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뚜렷한 한계에 봉착했다. 한국형 사회적 대화의 정착이라는 문 대통령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노동계에 공도 많이 들였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5년간 사회적 대화가 노동 개혁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노동권 회복이라는 자유주의적 개혁과 노동 유연화라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대화 테이블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방식의 노동법 개정 협상은 효력을 다했다. 타협 거리도 고갈됐고 노사 리더십도 바닥이 난 상태다.

사회적 대화는 이제 사회적 자유주의 개혁을 중심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사회 불평등과 지구온난화는 발등의 불이지만 저강도 위기라는 특성 때문에 대처가 늦었다. 최근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과 유럽연합(EU) 공조가 강화됐고 처방 또한 과감해졌다. 우리도 한국판 뉴딜과 공정 전환의 과제를 정부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주요 경제 주체들도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한 유력한 수단이 경사노위를 사회적 대화 2.0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2.0에서는 지금 경사노위가 씨름하고 있는 양극화 완화와 한국판 뉴딜의 공정 전환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주도 공정 전환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능동적으로 협력하며 자기 책임도 다하는 사회적 합의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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