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기다리는 때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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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기다리는 때의 믿음

입력 2021-07-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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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나오면서 희망이 보였던 코로나가 다시 기세를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가을’을 예고하며 더 심각한 상황을 경고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 분명하다. 그 형태가 완전한 정복이든 감기처럼 영원한 동거든 말이다. 고통의 끝을 기다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 시기에,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이스라엘 역사 속에 그 답이 있는 듯하다.

애굽을 나온 이스라엘은 시내산에서 야훼와 계약을 맺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됐고 야훼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됐다. 계약을 마친 후 모세는 율법이 써진 돌판을 받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서 40일을 머물렀다. 그 40일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가 산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야훼의 명령을 받고 산에 오른 모세도 하나님을 곧바로 만나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모세를 기다리는 만큼 모세에게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야훼의 영광이 시내산 위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6일 동안 모세에게 말씀하지 않았다.

말씀하지 않는 하나님 앞에서 모세라고 왜 불안과 두려움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모세는 기다렸다. 일곱째 되는 날 야훼가 모세를 불렀다. 모세가 고독한 두려움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기다린 끝에 하나님으로부터 말씀을 받고 있었을 때 산 아래 있던 이스라엘 백성은 속히 오지 않는 모세 때문에 불안해졌다. 모세가 하나님을 만날 때 불같이 타오르는 야훼의 영광을 봤던 사람들은 아마 모세가 불에 타죽었거나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광야에 내버려졌다는 불안과 공포는 하루가 다르게 증폭됐을 것이다.

결국 백성은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고 아론을 다그쳤고 그는 재빠르게 금을 모아 애송이 같은 송아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스라엘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그들의 신이다’라고 선언했다. 하나님이 금지한 형상을 만들면서도 자신들이 여전히 하나님을 잘 믿고 있으며 하나님께 금은보화를 바칠 정도로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금송아지가 불신앙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은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른 채 잘못된 길을 가며 모세를 기다렸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을 때도 자신을 부른 그 하나님을 잃지 않았고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가 보이지 않자 지금까지의 하나님을 잃어버렸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는 것으로 바꿔치기하고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나님의 계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보이는 것으로 불안을 덮으며 믿음 아닌 것을 믿음이라 부르며, 하나님을 떠났다. 그러나 믿음은 하나님의 부재 앞에서도 하나님의 현존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따라가며 들리지 않는 말씀을 기다리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잡히는 것을 따라가려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오지 않는 모세를 기다리던 이스라엘만큼 우리의 현실도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코로나의 위협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낯섦은 믿음의 길을 가로막는다. 눈앞의 것만을 따라가려는 욕망을 넘어서야만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때다. 자기 멋대로 만든 하나님이 아니라 지금까지 인도하신 보이지 않은 그 하나님만이 우리에게 생명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기다리는 이때 우리의 믿음이 바른길을 가고 있는지, 손에 잡히는 것으로 믿음을 대신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막막할수록, 기다림에 지칠수록 하나님의 말씀 위에 믿음의 터를 든든하게 세우고 나아갔으면 한다. 하나님의 자녀답게.

김호경 서울장로회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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