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날린 ‘골폭풍’… 김학범호 가뿐히 8강

국민일보

폭염 날린 ‘골폭풍’… 김학범호 가뿐히 8강

온두라스 6대 0으로 대파… 조 1위
침묵하던 황의조도 해트트릭 달성
8강전 A조 2위 멕시코와 맞붙어

입력 2021-07-29 04:02
축구 남자 대표팀 황의조가 28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3차전 전반에 온두라스를 상대로 팀의 세 번째이자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양궁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황의조는 후반에 한 골을 추가해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요코하마=김지훈 기자

28일 일본 요코하마의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엔 성난 들소 11마리가 뛰어다녔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눈에 불을 켜고 볼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팀 선수들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비장함마저 감도는 간절한 눈빛으로 경기에 임한 김학범호 한국 축구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그렇게 온두라스까지 6대 0으로 누르고 2020 도쿄올림픽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지난 22일 열린 1차전에서 뉴질랜드에 0대 1로 패해 조별리그 돌파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많은 훈련을 거쳤음에도 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 거센 비판까지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3일 뒤 루마니아전 4대 0 대승을 거둔 뒤 이날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에서 한국을 탈락시킨 온두라스까지 맹폭하면서 8강을 넘어 메달 획득까지 기대하게 했다.

기대감을 갖게 한 경기력이었다. 한국은 전반부터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선보였다. 온두라스 선수 한 명이 공을 잡으면 2~3명의 선수가 달라붙어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특히 좌측의 김진야-강윤성, 우측의 이동준-설영우는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크로스, 약속된 패턴 플레이로 측면을 부쉈다.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한국의 플레이는 빈 틈이 없었다.

주인공은 이동준이었다. 우측면 깊숙이 포진한 이동준은 좌우 앞뒤로 쉬지 않고 뛰었다. 온두라스 수비진은 재치있는 패스 능력은 물론 현란한 드리블과 개인기까지 두루 갖춘 이동준을 막아내기 버거워했다. 이동준이 부숴놓은 수비진의 틈으로 다른 선수들이 파고들면서, 한국은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와일드카드 공격수로 뽑힌 뒤 몸이 올라오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황의조는 페널티킥(PK) 2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완전히 살아났다. 박지수와 정태욱으로 이뤄진 수비진은 최후방에서 뒷문을 든든하게 단속했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이동준이 전반 9분 얻어낸 PK를 황의조가 밀어 넣었다. 전반 16분엔 또 한 번의 PK가 나왔다. 온두라스의 카를로스 멜렌데즈가 코너킥 상황에서 정태욱의 허리를 완전히 잡아 넘어뜨려 받아낸 PK를 원두재가 꽂아 넣었다. 전반 38분엔 멜렌데즈가 쇄도하는 이동준의 몸통을 부여잡아 퇴장까지 당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엔 황의조가 필드골까지 성공시켰다. 후반 6분 김진야가 얻어낸 PK를 황의조가 넣었고, 후반 18분과 후반 36분 김진야와 이강인의 감아차기 슛이 각각 골망을 흔들며 한국은 6대 0 경기를 완성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PK로 세 골을 넣은 건 한국 축구 사상 최초다.

8강에 오른 한국은 A조에서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멕시코와 만나게 됐다. 해당 연령대에서 7전 3승 4무로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현재 분위기도 좋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조 1위로 8강에 올라 요코하마에 계속 머무르며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일정의 이득도 누린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뒤 “우리는 포커스를 첫 경기에 맞춘 게 아니고 (몸 상태가) 계속 좋아지는 식으로 맞췄다”며 “8강에서도 우리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득점 후 양궁 세리머니를 한 황의조는 “양궁에서 금메달 따는 장면을 계속 보며 저희도 그런 열정을 보여야 할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축구팬으로 알려진 김제덕이 3관왕을 놓친 데 대해선 “저희가 남은 하나를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요코하마=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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