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빛 전해준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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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빛 전해준 성도

이웃 위한 나눔 앞장섰던 유종숙 권사

입력 2021-07-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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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숙 권사가 생전 가족여행으로 떠난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삶 속에서 이웃사랑 실천에 힘썼던 유종숙(76) 금성교회 권사가 시각장애인들에게 각막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2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이사장 박진탁)에 따르면 유 권사는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20일 주님의 품에 안겼다. 평소 베푸는 것이 삶의 미덕이라 여겼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각막 기증에 대한 의사를 확고히 했다고 한다. 유 권사의 기증을 통해 시각장애인 2명이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유 권사는 지난 4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평소 아픈 기색 없이 건강했던 터라 유 권사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한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으나 이미 손 쓸 수 없을 만큼 병이 진행된 상태였다. 결국 유 권사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유 권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후회 없이 잘 살았다”며 슬퍼하는 자녀들을 위로했다. 삼남매의 어머니이자 일곱 손주의 할머니로 매년 가족여행을 다닐 만큼 화목한 가정을 이뤘던 유 권사는 투병 중에도 자신보다 가족을 더 살뜰히 챙겼다.

특히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손녀를 위한 기도를 매일 드렸다. 그는 손녀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며 자신이 먼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장기 기증을 실천하겠다는 말도 했다. 유 권사 유서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새 빛이 돼 준다면, 우리 손녀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는 사랑이 담긴 유언이 적혀 있었다.

앞서 유 권사는 2018년 자신이 다니던 서울 강동구 금성교회에서 진행된 ‘생명나눔예배’ 때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금성교회에 35년간 출석하며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던 유 권사는 장기기증 역시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나눔이라고 생각했다. 김태인 금성교회 목사는 “유 권사님은 큰 어른으로서 언제나 교회의 중심이 돼 주는 분이셨다”며 “떠나는 순간까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많은 교인에게 귀감이 됐다”고 전했다.

유 권사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시며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몸소 보여주신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둘째 딸 강은주씨는 “어머니를 통해 어둠 속에 있던 누군가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단 사실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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