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극한의 여름

국민일보

[한마당] 극한의 여름

라동철 논설위원

입력 2021-07-30 04:10

인류가 올여름 2개의 거대한 재앙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금까지 1억9600여만명을 감염시키고 42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19가 그 하나다.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과 거리두기 등을 통해 대항하고 있지만 팬데믹 종식이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다른 하나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기후 관련 재난이다. 서유럽 곳곳이 100년 만이라는 기록적인 폭우로 쑥대밭이 됐다.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만 160여명이 사망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집과 차량이 물에 잠기거나 파괴됐고 지하철과 철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도 지난 16일 시작된 홍수로 허난성에서 지하철 객차가 물에 잠겨 승객 10여명이 익사하는 등 60여명이 사망했고 120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도도 최근 40년 만에 최악의 홍수로 수백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북미 서부와 시베리아, 동북아 일대는 대형 산불과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 서부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최고기온이 56.7℃까지 치솟았다. 연중 8개월 이상이 겨울이고 영하 50℃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시베리아 동부 사하공화국도 최근 기온이 38℃까지 오르는 등 연일 펄펄 끓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건조해진 지역에서는 산불이 발생해 산림과 주거지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올여름 지구촌 기상이변 상황을 총괄하는 긴급 보고서를 발표하며 ‘극한의 여름(Summer of extremes)’이란 제목을 달았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기상이변들은 대기가 뜨거워지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150여개국 과학자 1만3800여명도 지난 28일 국제 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에 실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고 대응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지 않으면 기후 재앙은 더 빈번하고 강도도 세질 텐데 각국 정부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니 걱정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