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장동민 교수] “골방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광장서 세상과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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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장동민 교수] “골방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광장서 세상과 대화하라”

‘광장과 골방’ 펴낸 장동민 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

입력 2021-08-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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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교목부총장을 맡고 있는 장동민 교수가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 자택 인근에서 ‘광장과 골방’을 저술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용인=신석현 인턴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째다. 사랑제일교회 사태와 광화문 집회를 거치면서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을 넘어 가슴 아프게도 교회가 혐오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광복절에 이어 올해에도 반복된 집회 시도와 관련 장동민(59)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는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받는다고 전한다.

“이 상황에서도 대면예배를 거듭하고 자신은 안 걸린다고 하는 소수의 교회 생각이 궁금합니다.”

“지난해 광복절 코로나 확산은 전적으로 기독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인이란 자들마저 존중과 배려와 봉사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장 교수의 최근 저술 ‘광장과 골방’(새물결플러스)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백석대 교목부총장 보직도 맡고 있는 장 교수는 굳이 나누자면 보수적 교단에 속한 신학자다. 서울대 철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역사신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부전원교회와 백석대학교회 담임목사로도 17년을 섬겼다. 그는 책에서 현재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한국교회는 무기력에 빠져있다. 온라인 예배를 둘러싸고 1년 넘게 비생산적 논쟁이 계속됐다. 정부가 교회를 박해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3월 신천지 사태 때는 하나님이 신천지를 뿌리 뽑나보다 하며 좋아하더니, 곧이어 교회들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본래 정치적 보수 색채가 강한 한국교회는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반정부 운동과 코로나19 사태 등이 뒤얽혀 마침내 코로나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지탄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

현실뿐만 아니라 미래 교회 전망 역시 어둡다. 교회들은 2주 간격으로 변화되는 방역 상황에 예배의 여부를 결정하고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고 장 교수는 전한다. 작은 교회들은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걱정이고 중대형 교회들은 모임의 숫자와 헌금의 반감을 놓고 고심 중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학교는 계속 폐쇄 중이고, 해외 선교사들은 지원이 끊겨 갈 길을 잃었다. 각 교단 총회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에 답을 주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기존 해오던 대로 교권을 두고 다툰다.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이들이 이견을 보이지 않는 인식이다.

장 교수는 ‘광장과 골방’에서 “광장에 나와서 외치기 전에 골방에 들어가 자신을 살피라”고 조언한다.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 자택 인근에서 만난 그는 이 시대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광장은 집회를 연상하기 쉬운데, 여기선 공론장이란 뜻입니다.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의미입니다. 공론이 형성될 공간인 토론의 현장, 매스미디어와 포럼, 학문적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을 말하죠. 그런 공론장에 나가 기독교가 힘을 써야 사회를 주도합니다. 집회가 아니라 공론장 진출, 또 각자 삶의 자리에서, 정치 경제 문화 예술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진짜 광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교회가 섬에 갇혀있지 말고 공론장으로 나아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 교수는 ‘골방의 기도’ 선행을 강조한다. 광장으로 나가기 전 골방에서 깊이 생각하고 깨닫는 일. 하나님과의 교제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기도의 시간. 이것이 크리스천이 가진 최대 장점이자 힘이라고 그는 웅변한다.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 진출한 다수 지식인이 먼저 골방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생략하고 광장에 나와, 자기를 쏙 뺀 채 남을 비판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현상을 우리는 끊임없이 목격하고 있다.

역으로 장 교수는 “광장에서 도전받고 생각할 거리를 얻어 골방으로 돌아와 자기 자신이 사회적 의미의 죄인이란 점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의 핵심은 죄를 회개하고 믿음을 갖게 됨으로써 영적 활력을 찾는 것이다. 교회 건축이나 비전 트립이나 바자회가 아니고, 성도 각자가 죄를 인식하고 회개하는 일에서 교회의 활력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광장과 골방은 같이 있어야 하며, 골방에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광장에서 떳떳하게 세상과 대화해야 한다고 장 교수는 강조한다.

책은 ‘코로나19 시대의 공공신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공공신학은 기독교가 사회에서 소수가 된 지금 공공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복음을 전파하고 사회에 참여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신학이다. 기독교와 성경의 언어를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책에선 저자가 ‘전광훈 소요 사태’로 명명한 일부의 퇴행을 호되게 비판하는 것 이외에도 코로나19는 하나님의 심판인지, 정교분리의 한국적 의미는 무엇인지, 공정사회란 과연 가능한 것인지 등을 성서에 기반해 답하고 있다.

전광훈 현상을 비판했다고 해서 장 교수를 진보라고 단정 지어선 곤란하다. 장 교수는 “이런 비판이 진보적이라고 보지 않으며, 기독교 복음은 본래 이념을 초월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성도 대부분이 온정적 보수, 건강한 보수를 지향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수냐 진보냐, 우파냐 좌파냐로 상대를 규정짓는 것 자체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장 교수는 다음 책으로 보수적 사람들이 중시하는 차별금지법의 폐해와 종립학교에서의 채플 문제 등을 다룰 계획이다.

장 교수는 앞선 저작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 기독교’(새물결프러스)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한국교회의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뢰도는 낮아지고 전도는 안 되고 교회는 자꾸 실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코로나19로 줄잡아 3분의 1 성도들이 빠지고 있으며 작은 교회일수록 더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어둡고 깊은 밤의 끝은 미명의 시작”이라고 했다. 제일 좋아하는 문구로 윤동주 시인의 ‘서시’ 가운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를 떠올렸다. 무너져가는 것들을 붙잡고 외면하지 않으면서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자세. 교인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으면 목사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더불어 장 교수는 40대 목회자들의 목회 방향 쇄신, 2030세대 목회자들의 새로운 형태의 교회 개척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했다. 장 교수는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인=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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