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동 칼럼] ‘국민의짐’이 되고자 하는가

국민일보

[박현동 칼럼] ‘국민의짐’이 되고자 하는가

입력 2021-08-24 04:20 수정 2021-08-24 09:09

당대표까지 가세한 집안싸움
미래비전, 시대정신은 뒷전에
정권 교체 의지 있는지 의문

가장이 중심을 잡아야 집안이
편안하듯 조율 통한 공정한
리더십이 정권 창출의 힘이 돼

치국은커녕 수신제가 못하는
정당에 국가의 미래를 맡길
국민은 없다는 걸 명심해야

국민의힘은 과연 수권 의지가 있는가. ‘예스’라고 답변하기 힘들다. 수권 능력은 그다음 문제다. 수권 능력이 있다한들 수권 의지가 없으면 정권을 잡기 힘들다. 지금 국민의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된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도 그랬다. 스스로 국민과 국가를 지키겠다는 능력이 있나 없나를 따지기 전에 과연 그럴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여기에 무능과 부패가 몰락을 부채질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를 동원할 필요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1년, 아니 5년을 더 주둔한다고 해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언급은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힘 상황을 보면 아프간 사태가 오버랩된다. 정권을 되찾을 능력은커녕 의지도 박약해 보인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갈등에 이어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사이에 벌어진 ‘녹취 파일’ 다툼은 불신과 배신, 심지어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당의 말대로 ‘막장 콩가루 집안’ 꼴이다. 이 과정에서 ‘뒤통수’ ‘분탕질’ ‘탄핵’ 등 막말이 오갔다. 국민 기대를 저버린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구태정치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 사이에서 쟁점이 됐던 ‘저거’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국민에겐 중요치 않다. 그건 전적으로 국민의힘 내부 문제다.

집안싸움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데 시대정신이나 미래비전을 기대하는 건 사치다. 저잣거리 뒷골목 싸움도 이러진 않는다. 낯 뜨겁다. 이 대표가 “그냥 딱하다”라고 했으나 국민 보기엔 정작 딱한 건 그들의 이전투구다. 이쯤 되면 막가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망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후보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에 훨씬 못 미친다. 국민 눈엔 국민의힘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대표 사과로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누가 뭐래도 제1야당 대표다. 권한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이 부과된다. 영광도, 굴욕도 오롯이 그의 몫이다. 즉 당의 영광은 그의 영광이며, 당의 잘못은 그의 잘못이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 ‘치맥 회동’ 이후 ‘대동소이(大同小異)’라고 했고, 술잔 부딪치며 한뜻임을 과시했으나 ‘쇼잉’에 불과했단 말인가. 시너지 효과를 말했지만 말짱 헛말이다. 내가 보기엔 같은 건 작고, 다른 건 큰 ‘소동대이(小同大異)’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이 대표 책임이 크다. 비공식 자리에서, 비유 어법으로 당내 갈등을 언급하는 건 당대표로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정치적 지향점이 같더라도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야기되는 당내 이견을 조율하고 통합해서 정치적 목적에 도달하도록 해야 하는 게 당대표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이 대표는 과연 그러한가.

대선 후보 간 경쟁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옥석이 가려지고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없지 않다. 운동경기로 치면 대선 후보들은 선수고, 당대표는 관리자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대표가 선수로 비친다면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가뜩이나 특정 후보에 가깝다는 의혹마저 받는 상황이라면 더 그래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야당 대표의 주된 역할은 빼앗긴 정권을 찾아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당대표가 분란의 중심에 있다는 걸 어찌 바라봐야 하는가. 오죽했으면 “경선 버스 운전대를 뽑아 가고, 페인트로 낙서하고, 의자를 부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겠는가마는 이 역시 당대표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다. 당의 공식적인 채널이 있음에도 시도 때도 없이 SNS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 사사건건 정면 대응하는 논쟁적 태도, 대여 투쟁보다 당내 투쟁에 더 집중하는 듯한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대표의 말은 당의 말이 되고, 행동은 당의 행동이 된다. 정치인으로 사적 견해가 있더라도 대표로 있는 동안엔 표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게 당대표의 무게고, 그래야 당도 흔들리지 않는다. 가장이 중심을 잃으면 집안이 잘 될 리 없듯 정당도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국민의힘을 선택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4·7 재보궐선거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벌써 잊었는가. 수신(修身)도, 제가(齊家)도 못하는 정당에 치국(治國)을 허용할 어리석은 국민은 많지 않다.

박현동 편집인 hdpark@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