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칼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

국민일보

[한승주 칼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

입력 2021-09-08 04:20

거리두기 장기화 피로 쌓이고
자영업자 인내는 한계 넘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 불가피

세계 최초 봉쇄 해제한 영국
이동량 증가로 확진자 폭증
인류는 코로나 잘 알지 못해

접종률 높아도 방역은 필요
전문가와 관료 함께 참여해
장기 계획 갖춘 로드맵 짜야

가을이다. 파란 하늘, 선선해진 공기, 따뜻한 햇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런 날씨에 야외 마스크라니, 답답하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할까.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은 쌓여간다. 자영업자의 인내는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코로나를 독감 같은 것이라 여기고, 궁극적으로는 카페와 식당 등의 영업제한을 풀고 모임 인원 제한도 없애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백신 접종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7일 기준 국민 1차 접종률은 60.1%,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36.0%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를 언급하며 고령층의 90%, 성인의 80% 이상이 접종을 완료하는 시점을 그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추석 연휴 전까지 국민의 70%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0월 말까지 2차 접종도 끝낸다는 계획이다. 백신은 지금으로선 이 상황을 끝낼 유일한 희망처럼 보인다. 우리 모두 집단면역 달성만을 기다리며 버텨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백신이 과연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영국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영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유의 날’을 선언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지 50일이 넘었다. 지인의 소개로 영국 공중보건국에서 백신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최윤홍 박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영국이 봉쇄령을 해제한 게 지난 7월 방학 중이었는데 9월 들어 아이들이 개학하고 재택근무도 많이 풀려 이동량이 늘면서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때 6만명 넘게 치솟던 하루 확진자 수가 2만명대로 떨어져 봉쇄를 풀었는데 다시 4만명이 넘었다.

한국의 위드 코로나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80%가 예방주사를 맞는다 해도 감염에 대한 보호력은 50% 정도이고, 한국 누적 확진자가 26만여명이어서 자연 감염에 의한 항체 보유율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영국처럼 일시에 봉쇄를 푸는 정책은 그동안 잘 막아왔던 둑이 터지듯 큰 확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 연구를 했던 그의 말이 무섭게 다가왔다.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감염자에게 항체가 생겨 보호되는 기간, 백신 접종 후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 부스터 샷의 효과를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한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도 코로나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한다. 백신이 매우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의 위드 코로나는 신중하고 섬세하게 진행돼야 한다.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과 싱가포르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4~6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우리도 전문가와 관료가 함께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체계적인 로드맵을 짜야 한다.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규제 완화로 자유와 경제적 이익을 얻겠지만,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음을 각오해야 한다.

우선 사회적 공감대가 큰 것, 이견이 적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 경증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에 격리시키는 것보다는 부족한 의료 인력을 위중증 환자에 집중하는 게 낫다. 수도권 초중고교 전면 등교는 빠를수록 좋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돌봄 공백, 학력 저하, 사회성 결여 등 많은 문제가 생긴다. 대학도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순차적으로 일상을 회복해도 실내 마스크 착용은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일일 것이다.

당장 코로나 치명률이 낮아지고 중환자가 줄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 확진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보건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코로나 환자의 폭증으로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나 중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곧 추석이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 연휴가 코로나 확산의 계기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식당 영업시간과 모임 인원 제한이 다소 완화됐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와 공존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겨우 뗀 이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까. 부디 확진자 폭증이 아닌 일상 회복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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