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의원님들 금배지는 ‘철밥통’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 의원님들 금배지는 ‘철밥통’

입력 2021-09-15 04:20

부동산 투기 의혹 윤희숙 의원 사직안 19일 만에 겨우 처리 사퇴
어렵게 만든 국회법 때문
대통령과 지자체장까지 연임제한 규정 있지만,
국회의원은 수십년간 계속할 수 있어 특혜
국민은 코로나로 취업 힘들고 퇴직 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
국회도 이제 특권 내려놓아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사직안이 우여곡절 끝에 13일 국회에서 처리됐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농지 불법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 19일 만이다. 윤 전 의원이 처음 사퇴 선언을 하자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등 지도부까지 나서 적극 만류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전원 찬성으로 표결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치적 쇼’라고 비판하기는 했지만 곤혹스러워서 선뜻 동의하지 못하다 뒤늦게 개별 의원 자율투표에 맡겼다. 권익위로부터 민주당 의원도 12명이나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서다.

그동안 참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윤 의원은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여기에 윤 의원 본인은 물론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 동생의 남편 장모씨가 관여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윤 의원 사퇴 처리에 미적거렸다. 윤 의원은 여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너무나 당당했다. 물론 과거 사퇴 선언만 한 뒤 슬그머니 되돌아온 다른 의원들과 달리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의원 1명의 사직 처리가 왜 이렇게 어렵고, 본인은 왜 그렇게 당당할까. 국민은 이해가 잘 안 된다. 장·차관은 물론 다른 선출직의 경우 비리 의혹이 드러나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강한 비판을 받을 뿐 아니라 사직서를 제출하면 곧바로 처리된다. 하물며 대통령도 본인이 하야를 결심하면 물러나는 데 별 걸림돌이 없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금배지는 왜 이렇게 떼기도 힘들까. 바로 의원 사퇴 법 조항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회기 중 국회의원의 사직서는 국회 결의로 허가하고,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하도록 돼 있다.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 여야가 본회의 상정에 합의해야 하고, 의장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며,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동료 의원들이 반대하거나 의장이 허가해주지 않으면 본인이 아무리 하고 싶어서 사직 처리가 안 된다. 사직 표결을 해야 하는 기간이 국회법에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처럼 사직서 제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처리가 되지도 않는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지만 쉽게 처리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오죽하면 신경민 전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되는 것보다 사퇴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을까. 이같은 불합리를 없앤다는 취지로 사직서만 제출하면 바로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일부 의원이 최근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과거 상당수 의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권이어서 법안 개정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금배지는 역시 ‘철밥통’이다. 대통령은 5년 단임제로 끝난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3연임을 하면 더 이상 계속할 수가 없다. 반면 국회의원은 연임 제한이 없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풍토가 여전하다. 4선 이상 다선 의원들 상당수가 특정 지역 출신인 경우가 많은 이유다. 수십년간 의원직을 수행하다 국회부의장과 국회의장까지 된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특권은 그들이 만든 법 테두리 안에서 계속된다.

특권 내려놓기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국회에서도 지난해 4연임 금지 얘기가 나오긴 했다. 다선 의원은 현직 의원이 갖는 이점에 더해 정당 내에서도 주요 직책을 담당하는 등 공천 과정과 실제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된다. 그만큼 정치 신인은 공천 및 선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정치개혁과 역동적인 국회를 만드는 데 장애 요인이 된다는 주장과 함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3선 제한법을 대표 발의했고,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원 4연임 제한법을 발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정강·정책 개정 당시 국회의원 4연임 제한을 넣으려다가 최종안에서 슬쩍 뺐다.

코로나19 등으로 일반 국민은 취업하기도 힘들고, 퇴직당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의원님들은 언제쯤이나 철밥통 특권을 내려놓을까.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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