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성도 21일간 새벽기도… ‘가을의 전설’ 27년째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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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성도 21일간 새벽기도… ‘가을의 전설’ 27년째 계속된다

‘새벽기도 총진군’ 준비하는 동탄시온교회 하근수 목사

입력 2021-09-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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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시온교회 성도들이 2019년 9~10월 열린 ‘새벽기도 총진군’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탄시온교회 제공

‘새벽기도 총진군’이라는 이름에서 새벽기도에 임하는 교회 성도들의 각오와 교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행사가 열리는 곳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동탄시온교회(하근수 목사). 이 교회에서는 해마다 가을이면 21일간 시끌벅적한 새벽기도회가 열린다. ‘총진군’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성도들은 행사가 열리는 기간 동안 군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준다.

새벽기도 총진군이 시작된 건 1994년이다. 당시만 해도 이 교회는 경기도 수원 한 상가 건물에 있는 작은 교회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새벽기도는 교회 부흥의 끌차 역할을 했다. 성도 대다수가 새벽기도 총진군에 참여하면서 교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새벽기도를 통해 성도와 교회 사이엔 강한 소속감이, 성도와 성도 사이엔 끈끈한 연대감이 생겨났다. 하 목사의 책 ‘왜 새벽기도인가’엔 이렇게 적혀 있다.

“동탄시온교회는 새벽기도로 단단히 세워진 교회이다. 모든 성도가 기꺼이 새벽기도 총진군을 준비하였고 동참하였으며 풍성한 은혜를 나누었다. 교회가 새벽기도로 성장했다고 하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교회를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실은 새벽기도 총진군 가운데 성장한 아이들이 이제는 청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새벽기도의 기적, 어떻게 가능했나

한국교회라면 어디든 새벽기도를 드린다. 이른바 ‘특새’라는 이름으로 특별 새벽기도회를 여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동탄시온교회처럼 새벽기도를 통해 엄청난 부흥을 경험한 곳은 많지 않다. 이 교회는 어떻게 행사를 열었기에 큰 성공을 일굴 수 있었을까.

지난 10일 동탄시온교회에서 만난 하 목사는 “새벽기도 총진군 같은 행사를 계획하는 교회라면 첫해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도 이륙하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라며 “1회 행사가 성공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대다수 성도가 참여한다”고 말했다.

“다른 노하우로는 이런 것들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교인이 100명이라면 아무리 홍보를 해도 새벽기도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이 50명은 될 거예요. 이들을 일일이 만나 새벽기도에 나오라고 독려해야 합니다. 담임목사의 의지도 중요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삼촌이나 이모부처럼 따뜻하게 교인들 손을 잡아주면서 이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동탄시온교회는 코로나19로 대면예배가 힘들어진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빠짐없이 새벽기도 총진군을 열었다. 성도들은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면서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었다. 교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손님처럼 예배에 참석하던 성도들도 새벽기도 총진군을 경험하면 ‘동탄시온교회=우리 교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새벽기도 총진군이 시작되면 동탄시온교회 일대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된다. 2000명 넘는 성도가 21일간 새벽마다 몰리는 탓에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올 때도 있다.

동탄시온교회가 2019년 ‘새벽기도 총진군’을 열면서 만들었던 포스터. 동탄시온교회 제공

이색적인 광경도 많이 펼쳐진다. 가령 2019년 행사만 하더라도 전북 익산 한 고등학교 교사가 3주 내내 새벽기도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강원도 인제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성도도, 경북 김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교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매일 새벽 기차나 버스를 타고 화성에 왔다가 새벽기도를 마친 뒤 근무지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직장인이나 학생이 21일간 매일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부담스러운 행사일 수도 있다. 이런 말을 꺼냈을 때 하 목사는 “힘들다고 불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새벽기도 총진군은 우리 교회의 축제”라고 강조했다.

“새벽기도의 맛을 보면 계속 참여하게 돼요. 매일 새벽 하나님을 부르면서 기도를 하면 성취감과 자신감, 은혜를 받고 있다는 기쁨을 두루 느끼게 됩니다. 홍수에 휩쓸리듯 거룩한 성령의 물줄기에 몸을 담그고 다 함께 주님을 향해 흘러가는 게 새벽기도 총진군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새벽기도 총진군을 강행할 계획이다. 행사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인데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 목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행사를 열지 못했더니 교인들이 너무 아쉬워했고 나 역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성도들이 학수고대하는 축제인 만큼 올해에는 반드시 열고 싶다”며 “아마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 진행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

동탄시온교회의 역사를 설명하려면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협성대 4학년이던 하 목사는 경기도 수원 권선구 화장터 인근 자택에서 아내와 둘이 창립 예배를 드렸다. 교회는 서서히 성장했고 2009년 화성으로 이전해 지금의 성전을 세웠다.

동탄시온교회의 유명세에는 이 교회의 독특한 표어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예컨대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교회 곳곳에서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는 문구를 만나게 된다. 하 목사는 이 표어에 대해 “내 아버지의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부친은 생전에 자녀들에게 인사를 잘하고, 먹을 것이 생기면 항상 이웃과 나눠 먹을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 동탄시온교회에서 만난 하근수 목사. 동탄시온교회 제공

하 목사는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그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했다. 지옥 같은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10대 시절에도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하 목사는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는 말은 성경 말씀 다음으로 위대한 문구일 것”이라며 “인사엔 인간관계에 필요한 모든 게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 차량에도 이 표어를 다 써놨는데, 운전하는 분들이 처음엔 굉장히 창피해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데에 가면 시민들이 신기하고 웃겨서 차량 사진을 찍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교인이 좋아하는 표어가 됐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선교의 기본은 바로 인사라고요. 정다운 인사만으로도 전도가 가능하니까요.”

하 목사는 지난해 10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감독에 취임했다. 경기연회 역사에서 경선 없이 특정 목회자가 감독에 추대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하 목사는 지난 1년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연회 교회들을 찾아다녔다. 가령 지난겨울만 하더라도 그가 방문한 미자립교회는 100여곳이나 된다.

하 목사가 감독에 취임한 뒤 경기연회에서 벌이기 시작한 이색적인 프로젝트도 한두 개가 아니다. 미자립교회 자립을 돕기 위해 벌이는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경기연회는 연회 산하 미자립교회 가운데 전도 잘하는 교회를 선정해 승합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 목사는 “승합차가 이미 10대 정도 확보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연회의 경우 교회들이 과거보다 전도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한국교회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인데, 이럴 때일수록 복음을 전파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저는 심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회자입니다. 연회 교회들 심방을 많이 다니는데, 교회들을 방문하면 목회자들이 교회에 연회 감독이 온 건 처음이라며 기뻐할 때가 많아요. 그런 교회들을 찾아다니면서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상생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1년 뒤 감독 임기를 마치는 날에 경기연회 성도들로부터 ‘참 따뜻한 감독이었다’ ‘함께 울고 웃었던, 친구 같은 감독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화성=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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