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사건·조국·추미애 수사자료, 검찰 홈피에서 사라졌다 [이슈&탐사]

국민일보

울산사건·조국·추미애 수사자료, 검찰 홈피에서 사라졌다 [이슈&탐사]

[누구를 위한 범죄공개 금지인가] ⑤ 원칙 없는 사건 공개

입력 2021-10-01 04:02 수정 2021-10-01 04:02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검찰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누락된 수사결과 발표 자료. 이한결 기자

검찰은 지난 4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마무리된 것이었다. 당시 검찰은 간략한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런데 정부 고위 인사의 불기소 여부를 담은 이 보도자료는 현재 검찰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 외에 검찰 홈페이지에 누락된 보도자료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뇌물 사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가 의혹 사건 등이었다. 국민일보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된 2019년 12월 이후 주요 공인 사건 관련 자료 누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공교롭게 누락된 자료는 모두 여권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결과였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정보를 일부러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권 눈치 봤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는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의 지방선거 당선을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지원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월 송 시장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황운하 민주당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A4 용지 3장 분량 보도자료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보도자료엔 피고인 13명 가운데 송 시장을 포함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 5명의 실명만 공개했다. 국민 관심이 큰 사건인데도 발표 자료가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검찰이 지난 4월 이진석 실장 등 3명을 기소하며 울산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자들에게만 공개된 보도자료에는 청와대 비서관급인 이 실장의 실명과 직위도 적혀있지 않았다. ‘A(49, 공무원)’로만 표기돼 있었다.


검찰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이들 실명뿐 아니라 무혐의 근거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처분했다”고만 했다. 특히 이 사건은 공개 여부 및 범위를 심사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를 거치지도 않고 수사 결과를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입기자들에게만 배포한 A4 용지 2장 분량 보도자료 말고는 구체적인 사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30일 “살아있는 권력 비리 관련 자료를 국민이 찾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명백한 국민의 알권리 제한”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내용도 없고 실명도 없어 국민들에게 내놓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의 자료”라며 “그래서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게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해명은 제각각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은 “정확한 누락 이유는 현재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 공보관은 “보도자료 홈페이지 게시 여부는 (각급 검찰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일반에 공개한 것으로 판단해 굳이 올려달라고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 차관 실명은 비공개

공인 사건 관련 실명 공개 여부도 오락가락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6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을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보도자료에 실명을 적지 않은 채 ‘이○○(前 법무부 차관, 변호사)’라고 표기했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10월 정진웅 검사의 독직폭행 사건 보도자료에서 정 검사를 ‘A○○ 전 C지방검찰청 부장검사’로 비실명 처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를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사건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A(51세, 공무원)’이라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최 대표 기소 당시 보도자료는 별도로 배포되지도 않았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효상 전 국회의원도 ‘B, 국회의원’이라고만 표기됐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언론에 실명이 이미 공개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경우’나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 등 고위 공직자의 경우’에 심의위 의결을 거쳐 실명과 구체적인 지위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개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검찰에 재량권을 부여한 규정 탓에 실명 공개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검찰의 실명 공개는 기업별로도 제각각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을 기소할 때 실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기소할 때는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공직자가 아니었지만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심의위를 통해 실명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은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부서마다 차이가 있기도 하고 (내부 기준을) 완전히 통일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전 차관의 실명을 보도자료에 적시하지 않은 데 대해선 “실명을 미루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보도자료에 적는 것도 실명 공개로 본다”고 말했다.

이슈&탐사1팀 김경택 문동성 구자창 박세원 기자 ptyx@kmib.co.kr

[누구를 위한 범죄공개 금지인가]
▶①檢 개혁 시행 후 고위공직자 범죄 보도 확 줄었다 [이슈&탐사]
▶②무늬뿐인 심의위… 검찰 입맛대로 사건 감추고 내놓고 [이슈&탐사]
▶③기소 1년… ‘윤미향 공소장’ 본 사람은 없다 [이슈&탐사]
▶④‘윤미향 공소장’ 기소 379일 만에… 비판여론 의식 뒷북 공개 [이슈&탐사]
▶⑥경찰 범죄정보는 줄줄이 공개… “檢·警 공개기준 통일해야” [이슈&탐사]
▶⑦해외 전문가들 “정보 공개 기준·절차, 일관성과 공정성이 필수” [이슈&탐사]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