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주빈 42년형, 디지털성범죄 뿌리 뽑는 계기돼야

국민일보

[사설] 조주빈 42년형, 디지털성범죄 뿌리 뽑는 계기돼야

입력 2021-10-15 04:07
n번방 사건의 주범 ‘박사’ 조주빈에게 징역 42년형이 확정됐다. 조주빈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성 착취 사건으로 지난해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던 인격살인범이다. 법원이 조주빈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했어도 과하지 않다.

그의 범죄행위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범죄단체조직, 살인예비, 유사강간, 강제추행, 사기 등이다. 사실상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대법원 2부는 “‘박사방’이 성 착취 영상물 제작·배포 등의 범행을 위한 범죄 집단에 해당한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신상정보 공개 고지 10년과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1억800만원의 추징 등도 명령했다.

조주빈은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중학생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 명에게 접근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에 판매·유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온라인을 통한 범행뿐 아니라 피해자를 숙박업소로 끌어내 성폭행하고, 몸에 ‘노예’라는 표식을 붙이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인간의 삶을 철저히 파괴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조주빈이 사회에 끼친 해악과 피해자의 아픔을 고려하면 42년형은 결코 중형이라 할 수 없다.

박사방 사건은 국민일보 기획시리즈 ‘성착취 텔레그램 n번방 추적기’로 세상에 본격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9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상습범에 대한 권고 형량을 최대 29년3개월로 높이는 디지털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마련했다. 조주빈 이전의 유사 사건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왔던 만큼 이번 형 확정은 의미가 크다. 디지털성범죄가 피해자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파괴하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위중한 범죄임을 우리 사회에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