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이단은 누가 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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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이단은 누가 정하는가

입력 2021-10-19 03:03 수정 2021-10-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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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이단성 여부에 관한 문의가 ‘현대종교’에 거의 매일 들어온다. 하지만 ‘현대종교’는 이단 규정 기관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이단 결의는 개별 교단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얼마 전 개최된 각 교단 총회에서 이단 관련 결의들이 이루어졌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안들이 다뤄졌다. 인터콥에 대해서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예장통합, 예장합동에서 불건전 단체, 교류금지, 혹은 참여금지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예장고신은 이단성을 이유로 교류와 참여금지를, 예장합동은 편향된 정치 성향에 대한 회개와 경고 및 향후 예의주시하기로 결의했다. 이들 교단의 결의는 소속 교회와 교인들의 지침으로 받아들여진다.

교회사적으로 이단 규정의 주체와 기준은 다양했다. 초대교회에서는 모든 교회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단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했다.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조를 이단 분별의 기준으로 적용했다. 중세교회에서는 강력한 교권을 기반으로 종교재판을 통해 이단을 규정했다. 종교개혁 이후엔 종교개혁 신앙고백을 통해 이단 기준이 제시됐다. 하지만 교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교회로 접어들면서 교파별 교리 표준의 다양성으로 인해 이단 규정의 주체와 기준 또한 다변화됐다.

선교 초기부터 교파주의가 정착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3개국(미국 캐나다 호주) 6개 교파(미국 남·북장로교, 남·북감리교, 캐나다장로교, 호주장로교)가 지리적 분할 선교를 진행한 까닭에, 교파주의 성격이 지역별로 뚜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6·25전쟁 시기부터 진행된 한국 장로교의 교파 분열과 교단 난립으로, 이단 규정의 교회적 영향력과 사회적 공신력은 점점 약화했다.

현재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연합기관에 소속된 장로 교단들이 수십 개에 이르고 있으며, 이 외에도 파악조차 되지 않는 군소 장로교단들이 난립하는 모습은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의 특징이 됐다. 이는 한국교회가 영향력을 가지고 이단 대처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으며, 이로 인해 특정 개인과 단체에 대한 이단 시비에 있어 교단별로 다른 입장들이 노출되는 계기가 됐다.

이단 규정을 둘러싼 교단들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교단 간 논의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타 교단 소속 목회자나 교인의 이단성 문제를 다룰 경우, 해당 교단의 입장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절차적 정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의 설립과 운영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현재 다교파·다교단 체제의 한국교회 이단 대처에 있어서 최선의 안전장치라고 여겨진다.

코로나19 시국에서 교단들의 이해관계와 견해 차이로 영향력 있고 효과적인 이단 대처가 어려운 형편이다. 교파주의와 교단의 난립이라는 악조건 속에 한국교회가 처해있다 하더라도 최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단들의 도전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는 없다.

각 교단의 이단 규정이 ‘우리만의 리그에서 벌이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교회와 사회가 상식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교단 결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권 장악이나 정적 제거 등을 위해 이단 문제가 악용되는 역기능을 철저히 경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안전장치 마련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이단성 논란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비본질적인 정치적·관계적 고려보다 오직 성경과 신앙고백, 그리고 신앙적·목회적 차원의 기준을 신속히 마련해 목회 현장과 신앙생활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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