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량 사역 위해 공사장에 간 목사님… 생전 소명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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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량 사역 위해 공사장에 간 목사님… 생전 소명 이어갈 것”

[위드 코로나 시대 개척교회로 살아남기] <상> 막다른 길에 놓인 개척교회

입력 2021-10-20 03:01 수정 2021-10-2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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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작은 교회들에 더 큰 산이다. 특히 개척 3~4년을 맞은 목회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지역주민을 만나는 것도, 힘들게 전도한 성도를 양육하는 것도 어려웠다. 사례비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일터를 찾아 나서는 이들도 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있지만 회복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권우 진주 예하리교회 목사도 그중 하나였다. 개척 2년 차 이 목사는 생계를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다 지난 8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56세였다. 이 목사와 강은경 사모는 지난해 1월 경남 진주 예하리에서 두 아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했으나 갑자기 터진 코로나19로 성도 수는 서너 명이었다. 장기간 사례비를 받지 못한 이 목사는 공사 현장에 나섰다. 일주일에 3~4회 인력사무소를 찾아 건물도 짓고 비닐하우스도 지었다.

지난 8월 10일에도 공사 현장에 나간 이 목사는 붕괴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있다가 엿새 만에 하나님 품에 안겼다. 사고 당시 강 사모는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돼 시설에 격리돼 장례는 두 아들이 도맡아 치렀다.

강 사모는 19일 “남편은 요령 없이 성실하게 목회하던 사람이었다. 목회가 아니라 생각지 못한 일을 계속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그때 더 다정하게 응원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건물에 입주해 있던 참교회(이상훈 목사)는 지난 9월 갑자기 예배당을 비워주게 됐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새 주인이 예배당을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전 주인이 “따로 계약서 쓰지 말고 계속 계셔도 된다”고 말한 것만 믿고 계약서를 새로 쓰지 않은 게 걸림돌이 됐다. 계약서가 없다 보니 꼼짝없이 교회를 비워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새 임대인은 원상 복구까지 요구했다.

이상훈 목사는 “피눈물을 흘리는 심경으로 1500만원을 들여 원상복구까지 해 줬다”면서 “근처에 온라인예배와 교인 상담을 위한 작은 사무실을 얻어 새롭게 목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참교회도 코로나19의 높은 파도를 피하지 못했다. 온라인예배로 전환된 뒤 헌금은 급감했다. 매달 나가야 하는 200만원의 고정비도 문제였다. 하지만 예배당까지 비워주고 나니 사역이 더욱 막막해졌다.

경북의 한 도시에서 2019년 개척한 A목사는 최근 동료 목회자들에게 후원 약정을 호소하는 요청서를 보냈다.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코로나 직전 여러 가정과 함께 개척 감사예배를 드렸지만, 2년째 이어지는 방역 강화 조처로 비대면 예배를 병행, 지금은 성도 두 가정만 남게 됐다.

동료 B목사는 “작은 교회가 무너져가는 상황 속에서 목회자의 마음 또한 무너져 가기에, 같이 기도하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교단 차원의 개척교회 지원책과 이중직 허용 등의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박용미 장창일 우성규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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