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손팻말 국감

국민일보

[한마당] 손팻말 국감

오종석 논설위원

입력 2021-10-22 04:10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손팻말이다. ‘손팻말 정치’ ‘손팻말 국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거의 대부분 국감장에서 손으로 팻말을 들고 설명하는 의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국감장에서 손팻말이 수없이 등장했다.

20일 경기도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시작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누가 범인인지를 주장하는 손팻말 열전이 벌어졌다. 이 지사는 ‘돈 받은 자=범인, 장물을 나눈 자=도둑’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 그는 “부정부패의 주범은 돈을 받은 자”라며 “의혹의 몸통은 토건 비리 세력과 야권 인사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도 미분양 물량 변화 추이’ ‘주택매매가격 지수 변화’ ‘이명박·박근혜 정부 민간개발이익 보장 4대 조치’ 등 현안과 관련된 수많은 손팻말을 제시하며 답변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설계자=범인, 돈 가진 자=도둑’이라는 손팻말을, 김은혜 의원은 ‘돈 퍼준 자=범인, 장물아비=그분 측근’이라는 손팻말을 각각 내보이며 이 지사 의혹을 파헤쳤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돈 받은 자=범인, 설계한 자=죄인’이라는 손팻말로 이 지사를 추궁했다. 최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미리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출자비율 및 배당비율과 관련된 피켓을 준비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 지사를 공격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이 지사와 조폭 연루설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돈다발 사진이 첨부된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가 가짜 논란에 휩싸여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손팻말은 단순명료한 광고 카피처럼 현안에 대해 명확히 의사전달을 할 뿐 아니라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손팻말 국감을 바라보는 국민은 오히려 혼란스럽고 짜증스럽다. 국민을 위한 친절한 설명이 아니라 정파적 입장이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국감이 쇼하고 정쟁하는 장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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