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제566호와 펜슬 로켓

국민일보

[한마당] 제566호와 펜슬 로켓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1-10-23 04:10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인천 고잔동 해안에서 국군 수뇌부가 모여 길이 170㎝, 무게 48㎏, 사거리 8㎞의 로켓 7개를 시험 발사했다. 이듬해인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모인 가운데 국방부 과학연구소가 제작한 3단 로켓 ‘제566호’가 시험 발사됐다. 제566호는 101초 간 비행해 고도 8500m 상공에서 1단 분리에 성공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우리의 로켓 개발은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며 부침을 거듭했다. 4·19혁명 이후 국방부 과학연구소가 해체됐고, 무기 개발을 우려한 미국의 압력도 있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로켓 발사체 개발을 진행했으나, 전두환 집권 이후 정체기를 거쳤다. 1990년대 들어서야 인공위성과 발사체 연구가 재개됐다. 일본 우주개발을 얘기할 때 1955년 만들어진 ‘펜슬 로켓’이 빠지지 않는다. 길이 23㎝ 지름 1.8㎝ 무게 175g이었고, 1개 제작비는 5000엔이었다. 일본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토카와 히데오 도쿄대 교수팀은 장난감 같은 펜슬 로켓을 이용해 수평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펜슬 로켓 다음은 길이 1.24m 베이비 로켓이었고, 그다음은 2.25m짜리 갓파 로켓이었다. 일본은 1970년 전 세계 네 번째 인공위성 오스미를 16m짜리 람다 4S 로켓에 실어 쏘아 올렸다. 일본은 1994년 국산화율 100%의 H-2 로켓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은 우주기술 선진국이다. 우리나라와 격차가 많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이토카와 교수는 “목표를 향해서 한 계단씩 계단을 오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처음 한 계단을 오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엔 더욱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발사체(KSLV-2) 누리호의 발사를 놓고 성공이냐 미완의 성공이냐를 따지는 것은 우문이다. 3단 분리에 성공해 700㎞까지 올라간 누리호는 한국 우주개발의 새로운 한 걸음이다. 이 걸음이 다음 걸음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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