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2] “기적 같았던 ‘어메이징 그레이스’… 노래 통해 나눠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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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플렉스 시즌2] “기적 같았던 ‘어메이징 그레이스’… 노래 통해 나눠야죠”

<19> 노래 한 소절로 ‘버지니아 타투’ 무대 찢은 바리톤 유영광

입력 2021-11-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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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주에서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버지니아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에는 '버지니아 타투'라는 이름의 세계 최고의 군악제가 있다. 16개국 군악대가 각국의 무대를 선보이는 자리다. 2010년 이 무대를 노래 한 소절로 찢은 한국인이 있다. 미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바리톤 유영광(37)씨다.

바리톤 유영광씨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유씨는 “어떤 노래를 하든, 어떤 상황에서 노래하든 하나님이 주신 악기를 주께 올려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당시 성악병으로 군 복무 중이었던 유씨는 버지니아 타투에 참석해 마지막 엔딩 무대를 장식했다. 버지니아 타투는 대회 때마다 엔딩 곡을 정해 각국 대표가 한 소절씩 그들의 언어로 부른다. 그 해 엔딩 곡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였고, 유씨는 여기서 마지막 구절인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를 불렀다.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백 코러스를 담당했던 사람들의 입도 다물어질 줄 몰랐다. 당시 군악병 통역 임무 수행을 위해 그 자리에 있었던 가수 성시경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그때 상황을 언급했는데, “있던 모든 사람이 유씨를 쳐다보며 ‘쟤는 뭐야’하며 놀라워했다. 당시 또래 중에 제일 잘하는 친구였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난 유씨는 10여년 전 일을 떠올리며 “그건 제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뒤늦게 간 군대에서 버지니아 타투에 참석하게 된 거며, 함께 간 성악병 중에서 자신이 끝 곡을 부르게 된 것이며 이 모든 게 그냥 우연일 수는 없다”고 했다.

유씨가 있던 육군본부 군악대에는 성악병이 4명 있었다. 이중 유씨와 선임 등 2명이 버지니아 타투에 참가하게 됐다. 엔딩 곡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다는 얘길 듣고 누가 부를 것인지 정해야 했는데, 테너인 선임이 부르기엔 음역대가 낮았다. 그렇게 유씨가 무대에 서게 됐다. 순서도 그 자리에서 정해졌는데 한국이 맨 마지막 구절을 맡게 됐다.

유씨는 “노래를 부르면서 신기했다. 버지니아 타투가 크리스천 행사가 아닌데, 마지막 곡이 제가 수없이 불렀던 곡이었던 것도 놀라웠다”며 “하나님께서 날 이 자리에 세운 이유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분명한 인도하심이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씨는 어려서부터 찬양하는 게 좋았다. 목회자 자녀인 그는 교회 행사 때마다 나서서 찬양하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꿈도 노래하는 사람이 됐다. 주변에선 아버지처럼 목회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유씨는 “(주께서) 보내신 곳에 박혀서 내가 하는 일로, 삶을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교회에 오지 않는 이들에게 하나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2010년 버지니아 타투는 그런 그에게 주께서 보여준 응원과 같았다.

성악을 공부하면서 유씨는 “주께서 날 어떻게 쓰실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기도하는데 하루는 출애굽기 말씀이 떠올랐다. 그동안 모세의 입장에서 봤는데 그땐 이스라엘 백성들의 관점에서 말씀이 읽혔다.

유씨는 “그 당시 하나님 음성을 듣는 사람은 모세뿐이었다. 백성 중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임하시는 그 모습을 보고 따라간다. 그게 참 신기하게 느껴지면서, ‘혹시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을 모르는 분이 내 공연을 보고 내 뒤에 있는 어떤 분을 느낀다면, ‘성악가 유영광이 연기하는데 저건 진짜 혼자 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성악가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게 내 비전이 됐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첫 오페라 공연 때 이 비전에 대한 확신을 주셨다고 했다. ‘리골레토’라는 작품이었는데, 육신의 장애로 마음도 비뚤어져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비극적 이야기였다. 하나님 이야기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그런데 공연 후 신앙이 없던 지인으로부터 ‘형이 믿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유씨는 그 순간 ‘내가 어떤 노래를 하든, 어떤 상황에서 노래하든 하나님 주신 악기를 주께 올려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대 성악과, 뉴욕 맨해튼 음대, 보스턴 음대를 거쳐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유씨의 다음 목표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주세페 베르디 작품의 싱어로 서는 것이다. 그는 “메트로폴리탄에 서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서 역할을 맡으면 전 세계에서 그 배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제가 가진 악기는 제가 만들고 가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것이기에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극장에 서면 더 많은 사람에게 제 삶이 담겨 있는 음악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빠르진 않아도 그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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