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숙인에 희망 선물” 사랑의 점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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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숙인에 희망 선물” 사랑의 점퍼 나눴다

광야교회·사길사 ‘광야인의 날’ 행사

입력 2021-11-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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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길을내는사람들(사길사) 관계자가 13일 서울 영등포 고가다리 아래에서 진행한 ‘광야인의날’ 행사에서 참석자에게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사길사와 광야교회는 영등포 쪽방주민과 노숙인에게 점퍼와 도시락을 나눠줬다. 신석현 인턴기자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 고가다리 아래 공터에 설치된 간이 무대 위로 강용구(57)씨가 올라와 입고 있는 검정색 패딩 점퍼를 가리켰다. “2년 전 사단법인 사막에길을내는사람들(사길사)에게 공짜로 받은 점퍼”라고 소개하며 자기 이야기를 했다. 그는 20여년 전 사업 실패로 노숙자가 된 뒤 최근 사길사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길사와 서울 영등포구 광야교회는 이날 영등포 쪽방주민과 노숙인 등에게 월동 점퍼와 도시락을 나누는 ‘광야인의날’ 행사를 진행했다. 야외행사였음에도 백신접종 완료자나 PCR 음성확인서를 가지고 온 350명만 참석하도록 했다. 참석하지 못한 노숙인은 오는 20일까지 매일 250여명씩 광야교회에서 번호표를 주고 점퍼와 교환해 줄 예정이다. 총 2000여명에게 점퍼를 나눠줄 계획이다.

사길사는 1987년부터 노숙인·쪽방주민을 대상으로 복지사업을 펼치면서 광야홈리스센터와 쪽방상담소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22회째인 광야인의날 행사는 이날 남다른 감동이 넘쳤다. 코로나19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사길사는 실내 배식이 어려워지면서 올 상반기 야외에서 음식을 나눴다. 하루 세끼에서 두 끼로 줄였고 대상자는 350명으로 제한했다. 그런데도 지역주민들은 사람들이 몰린다며 구청에 항의했다. 지난 7월엔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사길사 이사장인 임명희 광야교회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교회와 급식소는 문을 닫았다.




한 달 뒤 다시 문을 열자 노숙자들은 임 목사에게 “배고파요” “밥 주세요” 하며 호소했다.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 급식 대신 도시락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된 뒤 국밥 배식을 다시 시작했다. 임 목사는 “노숙인은 복지 사각지대 속에 있는데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 줄었다”면서 “코로나로 겨울이 두려워진 상황에서 점퍼 나눔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강씨는 과거 의료사업을 하며 분당의 158㎡(48평) 아파트에 살았다고 한다. 아내의 전도로 교회도 다녔다. 그러다 IMF로 사업이 망하고 아내마저 교통사고로 잃은 뒤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영등포역에서 노숙하던 그는 잠깐 잠이 든 새 지갑을 도둑맞고 망연자실했다. 그의 딱한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광야교회를 알려줬다. 강씨는 “노숙인을 위한 시설이 여러 곳 있는데 하나님이 이곳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던 듯싶다”고 했다.

이후 그는 12년간 식당에서 일하며 번 돈을 꼬박 저축해 2억원을 모았지만 불행은 또다시 찾아왔다. 두 번의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모아둔 돈은 모두 치료비로 썼다. 결국 2016년 광야교회를 다시 찾았다. 그는 “오기가 생기더라. 하나님이 이끄신 광야교회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노숙인을 돌보며 삶의 의미를 찾게 됐다”며 “(저처럼)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다. 편견 대신 나눔을 통해 노숙인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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