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 안 보여도 5년간 필사… “말씀만 붙잡고 나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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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안 보여도 5년간 필사… “말씀만 붙잡고 나아가요”

부산 땅끝교회 70주년 준비 헌신예배

입력 2021-11-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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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맹환(왼쪽) 땅끝교회 목사가 14일 부산 영도구 예배당에서 이복숙 은퇴 집사에게 성경필사 기념패를 증정하고 있다. 땅끝교회 제공

백발 파마머리에 구부정한 이복숙(87) 은퇴 집사가 앞으로 나오자 성도들의 박수 소리가 커졌다. 이 집사는 지난 5년간 신구약 성경 전체를 필사해 교회 설립 70주년을 앞둔 부산 땅끝교회(안맹환 목사)에 봉헌했다. 젊은 시절 미용사로 일하며 독한 파마 약을 자주 다뤄서 그런지 한쪽 눈이 거의 안 보인다고 했다. 요한계시록 22장 21절까지 모두 옮겨 쓴 날, 이런 기도문도 썼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생명의 말씀을 완필할 수 있도록, 은혜 주심을 감사합니다. 한눈밖에 보이지 않지만, 주님 은혜 안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주심을 감사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성경 필사로 교회 설립 70주년을 준비한다. 부산 영도구 땅끝교회는 14일 주일 오후예배를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헌신예배로 드리고, 성도 71명이 각자 끝까지 써낸 필사 성경 71권을 봉헌했다. 창세기 1~5장을 쓴 안맹환 담임목사를 비롯해 성도 360여명이 조금씩 나눠서 쓴 교회 전체 이름의 필사 성경 역시 이날부터 전시를 시작했다.

땅끝교회는 내년 1월 2일 설립 70주년 기념예배를 드린다. 이에 앞서 먼저 말씀부터 붙잡고 나아가자는 뜻을 담아 지난 4년간 성경 필사를 준비했다. 70주년위원장인 권순백(59) 장로는 “짧게는 6개월에서 최장 23년까지 걸려 성도들이 필사한 성경이 모였다”고 말했다. 권 장로의 부친과 누이, 부인 홍갑선 권사의 필사 성경도 함께 제출됐다.

땅끝교회는 2011년 교회 이름을 영도중앙교회에서 지금의 땅끝교회로 변경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한다는 소명을 기억하며 해외 선교와 지역 섬김에 힘쓴다. 70주년 기념예배를 준비하던 초기엔 전교인 수련회와 바자회, 70주년 교회사 발간 등 대형 행사를 기획했는데 코로나19가 닥쳤다. 이에 집회 위주의 일회성 행사는 전부 축소하고, 대신 본질을 붙잡기로 했다.

인근에 동삼땅끝교회(조기룡 목사)를 분립 개척하며 성도들이 직접 예배당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도왔다. 교단을 초월해 영도구 관내의 자립 대상 교회 20여곳을 위해 1곳당 100만원씩 지원하기로 당회에서 의결했다. 70주년 교회사 발간을 역사 사진 전시회로 대체하는 등 지출 경비를 아껴 이웃 교회 섬김으로 전용한 것이다.

안 목사는 “70주년을 맞이하며 더욱 말씀이 주인 되는 교회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부산대교 옆의 홀리조이센터로 예배당 이전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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