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공동체는 돈으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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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공동체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입력 2021-11-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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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교회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대면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 제한이 상당히 완화됐음에도 온라인에서 대면으로의 전환이 생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다시 대면예배에 참석할 수 있게 됐는데도 여전히 홀로 온라인예배를 드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게 습관처럼 익숙해져서 일 수도 있고, 여전히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부담이 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차차 흐르고 코로나 치료제가 등장해 집단 면역력이 높아지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온라인예배를 드리며 코로나 이전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의 경우다. 바로 코로나 이전에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 실상은 홀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던 사람들의 경우다. 그들은 다시 대면예배에 참석한다고 해서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온라인에 남기로 선택한 것이다.

온라인에만 남기로 결정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삶에서 리추얼(Ritual)이 사라져 버린다. 여기에서의 리추얼이란 단순히 개인이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체적으로 참여하는 ‘의례’와 ‘축제’를 말한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리추얼의 종말’에서 이를 두고 삶을 더 높은 무언가에 맞추고 그럼으로써 의미와 방향을 제공하는 상징적 힘이라 표현했다. 온라인에만 머무를 때, 우리는 일주일 내내 머물던 세계와의 구별됨 없이 계속 이어지는 링크와 클릭의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시작과 끝이 있는 이야기가 아닌, 더해지기만 하는 정보만 제공돼 영혼이 경험해야 할 고요와 침묵이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식만 지적한다고 해서 대면예배로 당장 돌아올까. 쉽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외로움을 나눌 대상을 찾아 나설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에서 현대인들이 갈수록 외로워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영국의 경우 외로움을 느끼는 50대 이상 연령층을 위해 매년 18억 파운드(약 2조6000억원)를 지출하는데, 이는 주택 및 지방자치부의 연간 지출과 거의 같은 금액이라고 한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며, 공정하고 다정하게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공동체를 돈으로 살 수 있을까.

교회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부름 받은 공동체다. 고린도전서 11장에 보면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의 공동 식사 문화를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회로 모일 때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저녁 일찍 모여 먼저 식사를 했고, 공동체 내에서 매일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뒤늦게 도착해 남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바울은 “너희가 하나님의 교회를 업신여기고 빈궁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느냐”(고전 11:22)며 책망한다. 단지 같은 장소에 모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공동체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고민도 ‘왜 모이지 않을까’가 아니라 ‘우리는 공동체다운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공동체를 찾고 있다.

성현 목사 (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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