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목회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좁은 길’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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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목회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좁은 길’ 찾아야죠”

제자훈련·지역 섬김 사역 펴는 조성민 상도제일교회 목사

입력 2021-11-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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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상도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교회에서 교회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전 성도들이 필사한 성경을 설명하고 있다. 상도제일교회는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의 행복을 목표로 지역 섬김에 헌신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조성민(53) 상도제일교회 목사의 어릴 적 꿈은 장로였다. 부산에서 목회하던 아버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보면서 장로가 되어 교회를 잘 보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적성을 찾았다고 생각한 조 목사에게 아버지는 ‘목사로 섬기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더라’고 했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교회에서 만난 조 목사는 “옆에서 봤을 때는 아버지의 삶이 고난이고 고통인 것 같았지만 아버지에게 목회는 축복이었다. 그 신비를 알고 싶어 예정돼 있던 금융권 취업을 포기하고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그 후의 여정은 편한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이었다.

조 목사가 대전 새로남교회 교육전도사로 간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당시는 오정호 목사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새로남교회에 막 부임했을 무렵이었고 대전도 지금처럼 대도시가 아니었다. 조 목사는 신대원 졸업 후 부산의 한 유명 교회에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신대원 기숙사에 붙은 새로남교회 교육전도사 모집 글에 마음을 뺏겼다.

“아버지께서 ‘목회를 편하게 하려면 부산으로 가고 잘 배우려면 대전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오신 목사님과 사역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새로남교회 중고등부에 지원했는데 심지어 유년부밖에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내려갔습니다.”

1995년부터 14년간 조 목사는 새로남교회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청년부 담당 사역자로 활동했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교회였기에 그가 만드는 교육 시스템은 교회학교의 시초가 됐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매일 머리를 싸맸다. 그는 “성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큐티와 공과를 직접 만들고 제자훈련을 하면서 나 자신도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며 “시스템이 갖춰진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마치 자신이 잘해서 교회가 잘 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나는 지금도 후배 목회자들에게 자기 자신과 교회가 함께 커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조 목사 앞에 나타난 세 번째 좁은 길이 바로 지금 담임으로 사역하는 상도제일교회였다. 그는 ‘원로 부목사’를 꿈꿨을 정도로 새로남교회에 애정이 컸다. 상도제일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이 왔을 때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이미 교회는 교인 투표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부임을 앞두고 동료 목회자에게 상도제일교회는 당회가 너무 세서 10년마다 목회자가 바뀌는 교회라는 말을 들었다. 2008년 예배 시간에 손뼉도 치지 않던 ‘서울 속 시골교회’로 온 그는, 제자훈련으로 교회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장로님들이 제자훈련을 거부했습니다. 이미 다 배우고 장로까지 됐는데 무슨 훈련을 또 받느냐는 거였죠. 장로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로목사 제도를 폐지하고 65세에 조기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6년마다 담임목사 재신임 투표를 할 테니 믿고 따라와달라고 했죠.”

전통적인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던 조 목사의 승부수는 통했다. 제자훈련으로 장로들의 마음이 열린 것이다. 지금은 장로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당회와 한 가족이 됐다.

당회의 회복과 더불어 조 목사가 애썼던 것은 지역사회를 품는 일이었다. 그는 “교회 근처 상가를 돌며 교회에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성도들이 상가를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성도들은 조금이라도 더 싼 대형마트를 찾아가기 때문”이라며 “비싸더라도 지역사회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신앙의 실천인데 성도들이 십일조나 예배당 건축 등 교회에 헌금은 잘 내지만 이웃들을 위해서는 1000원도 인색했다는 것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근처 상점 150여개를 일일이 찾아가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매주 주보에 가게 하나씩을 소개하면서 쿠폰을 넣어 성도들이 상가를 찾도록 했다. 이 주보 쿠폰이 발전한 게 교회 ‘쿠폰북’이다. 2013년부터 인근 주유소 제과점 사진관 커피숍 등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쿠폰북 4만부를 발행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쿠폰북 중간에는 교회 소개 문구도 넣었다. 상점들은 손님을 유치하고 주민들은 상품을 싸게 사며 교회는 복음을 전하는 일석삼조의 전도법이었다.

이밖에도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카페 ‘카리스’와 주민들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문화원 운영, 지역 청소, 지자체 공무원 및 인근 숭실대 학생 격려 등 교회의 이웃 섬김 사역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를 향한 글로벌한 마음은 갖되 눈은 항상 지역에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좁은 길로 갈 때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 꼭 필요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걸음을 계속 내딛으려 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의 앞글자를 딴 ‘하영이행’이 우리 교회 표어입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성도들도 이 땅에서 천국을 경험할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성도들과 함께 이웃을 섬기며 기쁨을 누리는 교회를 계속 세워가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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