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K드라마, 기독교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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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K드라마, 기독교 때리기

입력 2021-11-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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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세 종류의 기독교인이 등장한다. 탐욕을 신앙으로 미화하는 위선자, 파렴치한 성폭행 목회자, 교세 확장에 몰두하는 인간성이 상실된 전도자 등이다. 슬프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이 기독교인에 대해 가지는 인상들이다.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K컬처에서 ‘기독교 때리기’는 하나의 클리셰로 자리 잡은 듯하다.

기독교 때리기는 ‘오징어 게임’의 세계화에 이바지했을 듯싶다. 공산권이나 이슬람권 대중이 이 드라마를 보는 데 어떠한 부담도 가지지 않는 것은 물론, 약간의 정신적 쾌감마저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 서구 기독교 국가들이 크게 불편해할 것 같지도 않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서구문화에서 반(反)기독교 정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의 기독교 때리기 역사도 한 세대를 넘어가고 있다. 그 시작은 1980년대의 대학이다. 당시 인문사회학 교수들의 지적 분위기는 대체로 반(反)기독교적이었다. 아마도 반기독교 운동이 한창이던 60년대를 보낸 서구의 스승들로부터 ‘기독교만 아니면 된다(Anything But Christianity)’는 정서를 내면화했기 때문이리라. 이후 반기독교 정신은 진화를 거듭해 문학과 사회학에서 미디어로, 그리고 마침내 대중문화에까지 퍼졌다. 덩치만 컸지 방향 감각과 동력을 상실한 한국 개신교는 쉽사리 이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우리 문화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기독교인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성명을 발표하고 반대 시위를 하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까. 아니면 진지하게 설득하고 논쟁할까. 이솝우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의 사과처럼 발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면 덩치가 더욱 커진다.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독교는 분노 가득한 혐오집단이자 ‘진지충(蟲)’으로 몰려 조롱과 기피의 대상이 될 뿐이다.

성경에서 답을 찾아보자. 놀랍게도 하나님의 백성이 이방인으로부터 조롱을 받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일찍부터 예견됐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모세에게, 이스라엘은 불순종 때문에 열국에 흩어질 것이고, 거기서 “놀람과 속담과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신 28:37) 솔로몬이 성전을 완공한 후에도 하나님은 경고하셨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칭하는 성전도 던져버려 질 것이고, 그때 이스라엘은 이방인 중에서 “속담 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라고 하셨다.(왕상 9:7)

그렇다. 기독교는 종족주의(tribalism)가 아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기독교라는 종교를 수호하는 부족신이 아니다. 교회는 신의 뜻을 독점하는 기관이 아니다. 신의 뜻은 자연과 성경에 편만하게 펼쳐져 있고 교회는 겸손히 그 뜻을 추구하고 복종할 뿐이다. 우리 하나님은 온 세계를 사랑과 정의로 다스리는 분이고, 당신의 이름으로 일컫는 기독교도 그 뜻에 맞지 않으면 던져버리신다. 결국, 기독교를 때리는 것은 K드라마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다!

기독교를 때림으로써 역설적으로 하나님의 정의는 더욱 드높아지고 그의 이름은 더 영예로워진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기독교 때리기에 대한 기독교인의 자세다.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패배주의적 자조(自嘲)나 냉소도 아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를 떠올린다. 폐허가 된 성전 터에 엎드려 입술을 땅에 대고 통회하면서, 자신을 때리는 자에게 뺨을 돌려대어 모든 수치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애 3:29~30) 하나님은 그에게 새로운 시대, 새 언약의 비전을 보여 주셨다. 이스라엘이 열국에 흩어짐으로 복음이 세계화되고, 성전이 무너지니 성전에 갇혀 있던 하나님의 영광이 이방을 비추게 되는 환상을 말이다.

장동민(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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