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로봇 찌빠

국민일보

[한마당] 로봇 찌빠

고승욱 논설위원

입력 2021-12-03 04:10

영화 스타워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로봇이다. 1977년 첫 편이 나올 때부터 드로이드 R2-D2와 C-3PO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드로이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을 뜻하는 안드로이드(android)에서 따온 말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들을 드로이드라고 부르고 특허청에서 독점적 사용을 인정받았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드로이드는 인공지능(AI)을 장착해 개성이 뚜렷하다. 지능과 판단력 수준이 가장 낮은 5등급 드로이드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공업용 로봇 수준이지만 4등급만 돼도 직접 전투에 나선다. 수다스러운 C-3PO는 3등급이다. 통역도 하고 사람들의 허드렛일을 돕는다. 스타워즈의 마스코트 R2-D2와 BB-8은 우주선을 조종하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2등급이다.

현실에서 인류의 기술력은 3등급 드로이드 수준에 도달하는 게 목표다. 사실 인간형 로봇은 실용성이 떨어져 오랫동안 주목 받지 못했다. 투자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누군가 들어가 밸브를 잠궜다면 2차 폭발을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미국 국방부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스타워즈에 드로이드가 등장한 지 40년이 넘어서야 사람들이 진가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엉뚱하고 시끄럽기가 C-3PO를 능가하는 ‘로봇 찌빠’가 있다. 1974년 처음 등장한 만화 주인공이다. AI를 탑재했고 슈퍼맨급 능력이 있지만 회로 이상으로 어딘가 모자란 캐릭터다. 우연히 만난 ‘팔팔이’와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는 인간형 로봇 기술강국이다. 루카스 감독의 상상력이 미국의 우주항공 기술을 선도한 것처럼 찌빠를 보유한 한국의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것은 당연하다. 며칠 전 찌빠를 그린 만화가 신문수 선생이 별세했다. 즐거운 어린 시절을 선물해준 고인에게 감사하고 싶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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