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녀’ 이선빈 “사람 냄새 나는 작품으로 공감 얻었죠”

국민일보

‘술도녀’ 이선빈 “사람 냄새 나는 작품으로 공감 얻었죠”

OTT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서
정은지 한선화와 ‘티키타카’ 연기
셋 나온 장면은 애드리브 많아
“좋은 사람 만나게 해준 작품” 감사

입력 2021-12-03 04:07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에서 열연한 배우 이선빈이 지난달 29일 인터뷰를 앞두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이니셜 엔터테인먼트·유영준스튜디오

“워매, 이 느자구 없는 회장 나부랭이가 어짠다고 이라고 까불어 자빠졌냐잉.”

자신이 다니는 출판사에서 자서전을 내려는 부도덕한 대기업 회장의 면전에 소희는 걸쭉한 사투리를 맛깔나게 버무려 욕 한 바가지를 끼얹는다. 이튿날 직장 상사는 선지국에 술 한 잔 사주고는 소희를 해고한다. 직장을 잃은 소희와 친구들이 자축 파티를 열고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직장을 관뒀다는 건 세상의 모든 직업이 다 우리 것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세대를 넘어 폭넓은 사랑을 받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의 한 장면이다. 여기서 주인공 소희 역을 맡은 배우 이선빈을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선빈은 “얼떨떨하다. 입소문을 타고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면서 “사랑받게 됐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술도녀는 제작 전부터 대본이 재밌다는 소문이 방송가에 나 있었다. 이선빈은 “대본을 읽고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며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사람 냄새 나는 작품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술도녀 대본을 보고는 ‘아,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소희가 아닌 진짜 이선빈을 녹여낼 수 있는 작품이란 판단이 섰던 것이다.

이 정도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자신은 있었다. 이선빈은 “우리도 배우이기 이전에 스스로의 인생이 있지 않나. 안소희가 아닌 이선빈을 대입했을 때도 상황들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본의 대사들이 우리가 살면서 한 번도 안 해 본 말은 아니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술도녀의 스틸 사진이다. 위는 소희 역을 연기하는 이선빈, 아래는 정은지(왼쪽) 한선화(오른쪽)와 함께한 장면. 티빙 제공

세 친구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유쾌해서 연기할 때 고민스럽기도 했다. 이선빈은 “코믹한 장면이 많아 연기가 선을 넘을 때가 많았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배우들끼리 자주 상의했다”면서 “저희끼리 실제 케미가 좋으니까 서로 조언하고 응원하면서 더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나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함께 연기한 한선화 정은지와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만났지만 금방 친해졌다. 이선빈은 “대본 자체가 친하지 않으면 살릴 수 없는 장면들로 구성돼 있다”며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니 촬영할 때도 서로 힘이 되고 용기가 났다. 셋이 함께 나오는 신은 대부분 케미에서 우러난 애드리브와 ‘티키타카’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배우 박영규가 연기한 대기업 회장을 상대로 욕하는 신은 특히 화제가 됐다. 대사는 A4용지 3분의2 분량이었다. 이선빈은 “대사의 길이도, 전라도 사투리도 걱정이었다. 대사 연습을 막힘없이 해놔야 연기할 때 감정을 채워 넣을 수 있을 거 같았다”며 “자다가 일어나서도 연습하고, 밥 먹고 나서 설거지하러 가면서도 연습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선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가장 몰입했던 장면은 9화에 나온 극 중 아버지(정은표 분)의 장례식 장면이다. 이 부분은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입관식 장면 등을 3일간 찍었다. 이선빈은 “계속 우는 신이어서 자칫하면 시청자들도 주변 사람들도 지치고 지겹다고 느낄 것 같았다. 큰 숙제 같은 장면이었는데 시청자들이나 주변 분들이 잘 봤다고 말씀해주셔서 숙제에 동그라미표 받은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드라마 속에선 매일 저녁 친구들과 술을 마시지만 이선빈은 술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독한 술을 즐기진 않는다. 촬영하느라 하이힐이나 국자로 술병을 따는 ‘기술’도 얻었다. 촬영할 때는 ‘제조’해서 바로 마시는 신이 많아서 실제로 술을 마실 때가 많았다. 지인들은 “술도 잘 못 마시는 애가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하느냐”며 신기해했다.

이선빈은 그간 꿈꿔왔던 일들을 올해 많이 이뤘다. 현실감 있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도 참여했고, 얼마 전 가수 신용재와 김원주로 구성된 그룹 이프와 듀엣곡 작업도 했다.

배우로 데뷔하기 전 연습생 시절을 보낸 이선빈은 이번 드라마에서 진짜 걸그룹 멤버들과 춤도 줬다. 세 친구가 친해진 계기를 보여주는 회상 장면이었다. 이선빈은 “파트너가 걸그룹 출신인 한선화 정은지라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드라마 안에서 예전의 꿈을 이뤄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선빈에게 이번 작품의 의미는 뭘까. 그는 “진짜 친구,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작품이자 사람 냄새 나는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작품”이라고 답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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