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美 설득하려면 北도 준비시켜야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美 설득하려면 北도 준비시켜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입력 2021-12-06 04:03

문재인 대통령이 경색된 한반도 안보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북한은 흥미는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약속을 어겨 속았으므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지 않으면 아예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고 한다. 중국 역시 종전선언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을 시도할 수 있을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조건 없는 대화 복귀만 주장하면서 종전선언의 순서, 시기,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다.

물론 제재로 북한의 핵 포기를 얻을 수 있다면 계속 시도해볼 만하다. 그러나 미국의 코앞에 있는 약소국 쿠바가 제재를 56년간이나 버틴 것을 보면 북한이 미국 계산대로 굴복하려면 수십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오히려 코로나19, 제재, 고립, 경제 악화 속에서 주민들을 동원해 자력갱생에 나서고 핵무기 추가 생산과 실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어 주민 삶만 더욱 피폐해가고 있다. 한국 역시 국방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고, 미국은 협상보다는 북한의 핵 공격 대응 작전계획을 모색하며 주한미군을 동원하는 길을 열고 있다. 북핵 문제 악화와 남북 관계 경색이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을 화약고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주고 있다.

북한은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올림픽과 3월 한국 대선까지는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긴장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는 북한 정권이 그 이후에도 강력한 도발을 자제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를 강력히 압박할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 및 북한과의 대립을 불사하면서 군사 대응마저 구사할 수 있지만 그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필자는 미 워싱턴DC에서 많은 한반도 전문가에게 미국이 취하고 있는 제재 유지 속 조건 없는 대화 요구가 김정은 정권의 항복을 유도하기보다 북한 주민들의 민생 악화와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제는 종전을 선언하고 스냅백 장치로 북한의 기만을 막으면서 인도적 부문의 제재를 완화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기회를 주자고 설득했다.

한글도 모르면서 한반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몇몇 전문가는 예상한 대로 나쁜 것은 북한인데 왜 우리가 양보하느냐며 냉전적 색깔론으로 반박했다.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나 퀸시연구소의 제시카 리 선임연구원 같은 합리적 전문가들은 조건부로 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라고 동의하면서 미국이 선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하기보다 미 행정부의 의도를 이해해 합리적으로 행동을 유도하라고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중시해 한국 요청을 들어주고 싶으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문제로 수세에 몰려 북한에 양보하는 것이 모험이므로, 미국이 호의를 보일 때 북한이 곧바로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영변 접근권이나 핵 동결 등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을 걱정한다고 한다. 또 북핵 문제는 진전이 어려운데 가시적 성과를 못 내면 득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단결해 대북 유화책에 반대하고 있고, 일부 민주당 의원이 북한 인권 문제로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종합하면 현재 북한은 미국을 주시하면서 종전선언에 조건부로 동의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종전선언에 호응할 때 북한도 바로 이를 환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세워주는 선의의 조치를 취하도록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국민도 한반도 평화를 회복해 다음 정부에 넘겨주려는 정부의 노력을 응원해주기를 소망한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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