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알파고보다 뛰어난 ‘차세대 인공지능’이 온다

국민일보

[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알파고보다 뛰어난 ‘차세대 인공지능’이 온다

입력 2021-12-07 04:06

인공지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의 유용성을 놓고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이 과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최대 화두는 ‘차세대 인공지능’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쓸만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개선은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컴퓨터 연산속도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그 쓸모를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이론 자체는 1960, 70년대 제시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현재 인공지능의 성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선점에 전 세계 연구진이 사활을 걸고 있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정해주기만 하면 나머지 일은 기계가 알아서 척척 처리하는 세상이 다가오는 것도 꿈은 아닌 셈이다.

인공지능 ‘학습능력’ 한층 더 키운다

과거에도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시스템은 있었다. 그러나 기술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이용한 자동화 결과에 불과했다. 프로그래머가 모든 변수를 예측해 컴퓨터(혹은 그런 프로그램을 설치한 로봇)가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모두 정해주는 방식이었다. 즉 기계가 실제로 판단을 하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미리 사람이 가르쳐 준 대로 움직인다. 공장자동화 시스템, 가전기기 등 전자제품 등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개발된다. 흔히 ‘기호주의 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정해준 환경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일할 때는 지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밖의 일은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연결주의 인공지능’이다. 바둑 대국용 프로그램 알파고, 의료용 처방 프로그램 ‘닥터 왓슨’ 등이 대표적 사례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학습기능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습득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의 직관과 비슷한 판단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단점을 안고 있다. 인간처럼 직관적 판단을 하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통합해 내린 결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간혹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엄청난 연산이 필요해 처리 속도도 느린 편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기법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필요한 데이터를 사람이 답과 함께 알려주는 ‘지도학습’, 문제만을 알려주고 공통점을 도출하도록 요구하는 ‘비지도 학습’,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데이터를 쌓아 가는 ‘강화학습’ 정도가 가능한데, 차세대 인공지능의 경우는 이런 학습 방법이 한층 확대된다. 사전에 확보된 데이터에 의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검증·보완하는 △자기 지도학습, 학습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메타학습 등의 방법이 가능해진다. 또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추론’ 능력을 부여하는 노력도 있다. 학습 결과를 기반으로 결론을 내리는 △지식기반 추론, 미리 알고 있는 기본적 지식을 바탕으로 추론하여 보편적 판단을 하는 △상식기반 추론 등의 능력을 인공지능에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의 학습과정을 평가하고 진단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개선하는 기술,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하고 지속적으로 축적하도록 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활용하기 쉽도록 신뢰성이 뛰어난 인공지능, 소통기능이 한층 더 뛰어난 대화형 인공지능 등의 기술도 연구 중이다.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예로 보자. 알파고는 사람과 바둑을 두기 위해 둘 중 한 가지 방법으로 학습을 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기보를 사람이 입력해 주는 지도학습이나 스스로 바둑을 두어가며 실력을 높이는 강화학습이다. 둘 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양이 필요해 방대한 컴퓨터 자원이 필요하다. 슈퍼컴퓨터 분량의 컴퓨터 자원을 바둑 한판을 두기 위해 동원하는 셈이다. 그러니 위와 같은 차세대 학습능력과 추론능력이 주어지면 훨씬 더 적은 데이터양으로 인간과 비슷한 추론이 가능해진다.

뇌 신경 칩, 인공지능 효율 더 높인다

차세대 인공지능 연구는 이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함께 하드웨어, 즉 컴퓨터의 구조 자체를 인공지능에 더 적합하게 개발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력으로 환산하면 1시간에 20W 정도.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었던 ‘알파고 리’ 버전은 시간당 56㎾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비교해도 인간의 뇌가 2800배가량 효율이 좋다. 즉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면 효율을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다. 컴퓨터에 사용되는 CPU의 내부 구조를 동물의 뇌 신경세포 동작 원리를 흉내 내 ‘뇌 신경모사칩’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뇌 신경모사칩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CPU 전문기업 ‘인텔’이 꼽힌다. 인텔은 3년 전 ‘로이히’라는 실험용 뇌 신경모사칩을 발표한 바 있는데, 뇌 신경세포(뉴런)를 흉내 낸 13만개의 전자회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시스템에 사람이 손으로 쓴 숫자를 알아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설치한 결과, 약 100만배 높은 학습률을 자랑했다. 지난 10월 인텔은 이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2세대 모델을 선보였는데, 한 개의 칩당 최대 100만개의 뉴런을 설치해 1세대 로이히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의 성능을 낸다.

이 같은 차세대 인터넷 기술은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연구 중이다.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 6월 인공지능 신기술 혁신을 위한 ‘끝없는 개척자 법안’을 통과시키고 향후 5년간 약 25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차세대 인공지능에 미래사회 패권이 걸려 있다는 걸 내다보지 않고서는 감행하기 어려운 투자다. 미국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이나 유럽, 일본도 차세대 인공지능 연구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선 2019년부터 ‘AI 강국 실현을 위한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원천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2026년까지 301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외 선도국에 비교할 정도가 아니어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증대가 요구되고 있다.

과학저술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