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찬의 내가 만난 하나님(8)

김종찬의 내가 만난 하나님(8)

입력 2010-07-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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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晩時之歎)의 핏빛 슬픔, 그리고 희망

2007년 2월 1일입니다. 저는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음반업으로 성공한 도레미그룹의 박남성 회장 사무실에서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후유장애도 없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의사는 제게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1mm만 왼쪽 핏줄이 터졌더라도 사망, 반신마비, 언어장애 가운데 한 가지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깨어났을 때, 저는 그대로 죽었다면 얼마나 평안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는 게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살리신 데에는 무슨 까닭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누가 살리셨다고 한 것일까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하나님을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쓰러뜨리신 분도 하나님이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듬해인 2008년 6월 하순에도 비슷한 일이 또 생겼습니다. 5월 중순부터 체중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걸음을 걸은 효과인 줄 알았습니다. 역시 걷는 것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다고 생각할 만큼 체중이 매일 줄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한 달이 경과한 6월 하순, 오랜만에 가까운 설현욱 박사의 병원에 들렀습니다. 점심이나 함께 하려고요. 그런데 저를 보자마자 설 박사는 간호사에게 지시를 하였습니다. “형, 피하고 소변하고 검사 좀 하게 채취하세요” “왜? 나 이상해 보여?”

그는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고, 간호사는 이미 주사기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제게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혈당이 600에 다다랐다 걱정하면서요. 건대병원으로 갔습니다. 저를 맞이한 김동림 박사는 당장에 입원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바빠서 못한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그는 이보다 더 바쁜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마침내 이틀 뒤에 입원을 합니다. 마치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환자처럼 온갖 검사를 다 하였습니다. 걷지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휠체어를 이용하게 하였습니다. 배에다 직접 인슐린을 주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심각한 당뇨이고, 합병증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입원해 있어야 하며, 의사의 지시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에 하나 합병증이 발생했으면 치료불능의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경우인 듯하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결과는 다행히도 합병증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다만 당뇨환자가 되었으니 의사의 지시대로 관리를 잘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덤으로 제가 녹내장 환자이고, 퇴행성 관절염 환자인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묘하게도 제가 지니고 있는 지병은 모두 현재까지의 의학으로는 불치의 병이긴 하지만 관리여부에 따라서는 전혀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죽지 않을 만큼 아프게 하신 뒤에는 살려놓으시고, 건강에 유의하라는 깨달음을 주시며, 살게 하시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미 말씀드린대로, 하루하루를 먹고살기에 화급한 저는, 하나님을 만났음에도 말씀보다는 빵을 좇은 것이 사실이지요. 당장 급한 게 빈 쌀독을 채우는 일이니까요. 그런 와중에서 연거푸 찾아온 우환, 그러나 그때마다 반드시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묘한 체험은 제게 어떤 깨달음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분명 주님께서 제게 보내시는 신호 같다, 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지 못하고 세상을 배회하는 제게 주시는 가르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저 자신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찌꺼기를 부둥켜안고 사는 저를 보게 된 것입니다. 저는 제가 가지고 있던 수십 벌의 양복과 수십 켤레의 구두와 수십 가지의 옷 그리고 타이들을 죄다 <아름다운 가게> 문 앞에 남모르게 갖다놓은 지 오래이고, 가지고 있던 책들도 모조리 기증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역시 외식(外飾)하는 짓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그리고 진작에 버려야 할 것인데, 아직도 버리지 못한 채 애지중지한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제 마음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버리고 그 자리에 어린 아기 같은 마음을 채워넣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의 죄를 고백하고, 성경을 다섯 번 읽고, 한번 필사했다고 해서 무엇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제 마음속의 헌 마음을 소멸시키고, 새 마음으로 꽉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제 마음이라는 독을 깨끗이 비워 새 독이 되게 했어야만 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고 하신 그 말씀을 온전하게 순종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를 알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몰랐습니다. 알량한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아주 쬐끔 알기라도 했을까요. 한줌의 재물이 사라졌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얼마나 답답하고 불쌍해 하셨겠습니까. 결국 건강마저 흔들리게 되었을 때, 그것도 연타석으로 홈런을 맞고서야 깨달은 어리석은 투수가 바로 저였습니다. 이제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주님의 계획이시고 섭리이고 역사이심을.

너무도 늦은 각성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제 비로소 제가 살아온 그 숱한 날들 속에서 저지른 저의 죄를 고백하며, 그 많은 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 십계명을 어긴 것은 부지기수이고, 지금도 여전히 위반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삶 자체가 죄의 공장임을 고백하고 사죄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부터 이웃, 친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다수의 지인들에게 이 세상에서 진 죄를 자복합니다. 제가 진 죄와 그 죄가 원인이 되어 빚어진 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진 빚으로 해서 고통받는 가족, 이웃, 친지와 제가 갚지 못한 빚으로 해서 연쇄되었을 또 다른 빚들을 고백하며, 반드시 그리고 조속히 갚을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하얀 백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얀 백지 위에 주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그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죄의 공장이 아닌, 생명과 소망과 믿음과 사랑의 바다의 주민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여전히 기도 가운데에서도 말씀을 어기는 저를 긍휼히 여기사 새로운 부대가 되게 하시고,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겠다면서도 세상을 힐끔힐끔 살펴보는 저를 불쌍히 여기사 새로운 포도주가 되게 해 주시기를 오늘도 기도드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말입니다. 저같은 바보가 되시지 말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계속).

7월 19일 김종찬(전 KBS 집중토론 사회자, ‘희망의 소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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