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도 읽는 만화 메시야

국민일보

북한 어린이들도 읽는 만화 메시야

입력 2010-12-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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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라이프] 짧게 만나도 마음깊이 새겨지는 사람이 있다. 물론 반대로 아무리 길게 만나도 별 감동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을 주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 그들은 한 가지를 붙들고 평생 살아간다. 두 마음을 품지 않고 한 마음으로 산다. 그 결과, 반드시 열매가 있다. 처음에는 별 볼일 없게 보일지라도 결국 무언가를 남긴다. 신앙인이라면 부르심이라는 한 소명을 붙잡고 가는 것이다.

몇 년 전 일본 도쿄 출장길에서 만난 로알드 리달이란 사람도 깊이 마음에 새겨진 분이다. 나는 그를 딱 한번 만나 장시간 이야기 하고 저녁을 함께 먹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간간이 그가 생각이 난다. 그가 한 마음을 품고 좌우 돌아보지 않고 매진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인인 리달은 일본의 문서선교단체 뉴라이프선교회(NLL)의 총재다.

일본 사이타마현에 본부가 있는 NLL은 성경이 없는 지역의 언어로 성경을 만들어 전하는 단체. 북한은 물론 아랍 각 국가에도 현지어로 된 성경을 전달하는 귀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방문해 보니 규모와 열정이 놀라웠다. 그들은 전 세계 각국, 특히 복음을 듣지 못하는 지역에 그 나라 언어로 된 성경을 전달하고 있었다. 자체 인쇄소에서는 끊임없이 각 언어별 성경이 나오고 있었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현대 언어로 성경을 만들어 북한 전역에 전달하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해야 할 사역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리달 총재는 20대 초반 일본 선교의 부르심을 받고 무작정 일본에 건너와 40년 넘게 NLL에서 사역했다. 처음에는 인쇄소의 잡일을 했다. 이후 점차 중요한 직책을 맡았고 총재까지 됐다. 40년동안 분명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성경을 운반하는 잡일을 할 때나 선교단 총재로 일할 때나 부르심에 순종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내게 고백했다. 그가 40년 넘게 믿음의 씨앗을 뿌린 NLL은 한해에 550여만권의 성서를 인쇄해 북한 등 전 세계에 보내는 의미있는 사역을 하고 있다. 한번 사이타마현 본부를 방문해 보시라. 분명 ‘아, 이런 곳이 있는가’하면서 놀라게 될 것이다.

나는 리달 총재를 보면서 ‘순전한 믿음으로 뿌린 한 알의 밀알은 땅에 떨어져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증거는 있다. 전혀 사전 지식 없었던 내가 딱 한번의 만남으로 그와 NLL을 열렬하게 칭찬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리라. 믿음의 영웅은 특출난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시공을 초월해 변함없는 메시지를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위대한 믿음의 영웅들이라는 생각이다.

그 리달 총재가 한번의 만남에서 내게 보여준 책이 ‘망가 메시야’였다. 망가는 만화의 일본식 발음. 그는 만화로 된 ‘메시야’를 보여주면서 “이 책은 정말 중요한 책입니다. 나는 이 책이 전 세계 어린이들의 손에 들려지기를 소망합니다”고 말했다.

리달 총재에게 일은 소명을 이뤄나가는 것이다. 그의 소명은 복음 전파다. 그는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할까’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사복음서를 만화로 구성키로 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망가’를 즐겨 읽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 만화성경시리즈 5권을 출간했다. 그가 총재이니까 결정권이 있었다. NLL에서 만화에 들어갈 내용을 구성했다. 그림은 만화가인 시노자와 게이지에게 맡겼다. 그는 미국 유학중 하나님을 만난 이후 열정적으로 성경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시노자와 게이지 역시 ‘망가 메시야’에 들이는 시간은 단순한 일로 보내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복음 전파에 사용되는 카이로스의 시간임을 직감했다.

NLL은 이 망가메시야를 전 세계 27개국 어린이들에게 보내고 있다. 북한에도 들어가고 있다. NLL과 협력사역을 하는 모퉁이돌선교회가 역할을 담당했다. 리달 총재는 “북한 어린이들이 만화 메시야를 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서 “사람들이 만화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아랍권이나 북한 등의 선교를 위해서 만화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NLL은 만화 메시야의 제본을 인도네시아에서 하고 있다.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크리스천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목적이다. ‘메시야’는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라 선교의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망가 메시야’는 도서출판 토기장이를 통해서 국내에서 재 탄생됐다. 성경만화시리즈 ‘메시야’라는 이름으로.

토기장이는 이 만화책을 출간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NLL의 정책상 한번에 1만권씩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잘나가면 좋지만 판매가 부진할 경우 경영상 위험성이 있다. 그럼에도 출간했다. 토기장이 조애신 실장은 “이 책은 경영상의 논리로 내고, 안내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로알드 리달과 NLL사람들, 모퉁이돌 선교회, 토기장이로 이어지는 영적인 흐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하나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이시며 아버지 곁에 계시던 독생자이신 분이 우리에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 주셨다.”

토기장이가 번역, 출간한 ‘메시야’ 첫 장을 펴면 나오는 글이다. 성자 하나님이 누구이며, 그 분이 우리에게 어떤 분인지를 알려주는 책이야말로 이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책이 아닌가!

국내 성경만화 전문가인 조대현 목사(화백)는 “무엇보다 그림이 좋고 신학적으로 풍성한 내용이 있다”고 평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와 청소년 사역 단체 글로벌틴 대표 권지현 목사는 “어린이에게 익숙한 만화라는 매체로 복음서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며 추천했다.

조실장을 통해서 나에게도 추천의뢰가 왔다. 추천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내가 써야 했다. 나는 리달을 만났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망가 메시야’를 만들었는지를 들었던 몇 안되는 한국인이 아닌가.

조 실장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한권의 만화를 통해서도 인생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좋은 만화책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로 읽는 예수님의 생애야 말로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었다.

거듭, 이 ‘메시야’는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로알드 리달이라는 사람 때문이다. 그 안에 평생 ‘한알의 밀알’로 살기 원했던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한다. 한 마음을 품고 한 알의 밀알로 살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열매가 있다. 리달 총재는 내가 자신에 관해 이런 글을 쓸 줄은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나를 기억조차 못할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와 그가 추천했던 '메시야'에 대해 쓰고 있다!

그래서 이 만화책을 만드는 토기장이나 모퉁이돌선교회, 이 만화책을 자녀에게 소개하는 크리스천 부모나, 직접 읽는 어린이들 모두는 그 열매의 ‘덕’을 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로알드 리달, 시노자와 게이지, 이삭과 이반석, 임용수, 조애신, 숨어서 이 책을 보고 있었을 북한 어린이, 그리고 이름 모를 무수한 사람들이 ‘망가 메시야’로 엮어져 무언지는 잘 모르지만 ‘하나님의 덕’을 볼 것이라는 감상적인 생각도 한다. 그래서 나 역시 ‘하나님의 덕’ 보기를 소망하는 이기적 마음으로 이 만화 ‘메시야’를 추천한다.

국민일보 i미션라이프 이태형 부장 t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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