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간극장’ 내레이터 홍소연 아나운서 “꿋꿋한 주인공들 보면 부끄러워요”

국민일보

KBS ‘인간극장’ 내레이터 홍소연 아나운서 “꿋꿋한 주인공들 보면 부끄러워요”

입력 2011-01-12 18:05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KBS 1TV 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우리 주변 이웃의 재미있고 감동 넘치는 사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다. 5부작으로 편성되며 오전 7시50분에 방송된다.

2000년 5월 1일 첫 방송됐다. 16년 만에 휴가 나온 한 모범수의 이야기 ‘어느 특별한 휴가’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희망을 찾아가는 다양한 사람의 삶을 그렸다. ‘살다가 살다가-SG 워너비’, ‘행복 하이킥-김장훈’ 등의 연예인, ‘영국 사위 게러스’ 등 외국인, ‘열두 번째 아이가 태어났어요’ 등 가족 이야기도 다뤘다.

방송은 주인공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내레이터가 숨을 불어넣는다. 특별한 삶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우리네 삶과 겹친다. 그렇게 인간극장은 울림을 줘 왔다. 시청률 10%대. 다큐로서 높은 수치다. 내레이터 홍소연 아나운서를 11일 만났다.



짜증나고 지쳤을때 방송이 큰 위안

홍씨는 자신을 비기독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극장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는 늘 경험한다고 말했다. 역경을 딛고 씩씩하게 사는 상당수가 크리스천이었다며 각 주인공의 의지도 대단하지만 그 기반에는 신앙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들을 보면 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짜증날 때 지쳐있을 때 주인공과 빗대 보게 되잖아요. 저는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 같은데 왜 감사하지 못하나 싶고. 그러면서 종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그는 온전히 기독교적 내용을 다룬 방송으로 2건을 꼽았다. 지난달 3일 방송된 ‘바보가족’이다. 대전에 사는 김상훈 목사 가족을 그렸다. 사모는 세 번씩이나 유산했다. 물론 친자녀는 없다.

그리고 부부는 장애아 6명을 입양했다. 이중 둘째가 아파 하나님께 고쳐달라며 서원한 것이 목사가 된 계기다. 사모는 지역의 결손 아동을 모아 공부방도 한다. “제가 보기에는 사모님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더빙하다가 PD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더니 공부방 하는 것도 그렇고 입양 결정도 사모님이 하셨대요. 입양한 아이, 결손아동 모두 사모를 “엄마”라고 부르더라고요.”

바보가족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한 가족’의 줄임말이다. 이 가족은 지난해 KBS 나눔 대상에서 가족상을 받았다.

또 다른 방송은 천주교 수사 출신 서영남씨 이야기다. 지난해 1월 소개된 ‘2010 사랑이 꽃피는 국수집’편이다. 서씨는 저녁에는 국수 장사를 하고 점심에는 노숙인 무료급식을 한다. 재료는 유기농 등 좋은 것만 사용한다. 가게 안에 계산대도 없다. 저녁 먹고 밥값은 내고 싶은 대로 내면 된다. “내레이터라고 안 밝히고 직접 가서 밥 먹고 왔는데, 진정한 나눔, 실천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내레이터하면서 크게 속상했던 방송도 ‘바보가족’이다. “방송 내용 중 사모가 전화를 받는 장면이 있어요. 장애아를 출산했는데 키워줄 수 없겠냐는 전화였어요. 사모가 설득을 하니까 전화는 끊기고….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처음엔 딱딱한 톤… 금방 잘릴거라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방송이다. 홍씨는 내레이터 맡은 지 1년 반 됐다. 2009년 6월 ‘순호네 만물트럭’이다. “이금희 아나운서에 이어 내레이터를 하던 성우가 아파서 대신 한 것이 이렇게 됐어요.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해서요. 이야기하듯 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딱딱한 아나운서 톤이 살아났어요. ‘곧 교체되겠네’라며 농담도 했었지요.”

홍씨는 대학 때 라디오의 매력에 빠져 아나운서가 됐다. 1997년 공채 아나운서 24기로 입사한 그는 라디오에서도 활약했다. KBS 2FM ‘홍소연의 상쾌한 아침입니다’ 1FM ‘세상의 모든 음악’을 진행했다. 지금은 3라디오에서 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랑의 책방’을 진행 중이다.

TV는 ‘생방송 세상의 아침’ ‘열려라 동요세상’ ‘930뉴스’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인간극장과 다큐 ‘산’의 내레이터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2004년 10분 분량으로 시작한 그는 요즘 ‘신년특집’ ‘KBS스페셜’ 등 1시간대 방송의 내레이터를 소화하는 등 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누구는 내레이터가 거저 먹는 것이라고 말해요. 잘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놓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그 수저가 잘못 놓이면 완전히 망하는 거잖아요. 내레이터는 긴요한 곳에 손을 대 전체를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내레이터 하면 성우가 떠올랐다. 하지만 인간극장은 아나운서가 내레이터를 맡는다. 간결하면서 담백한 톤이 시청자들에게 더 먹히기 때문이다.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려면 감정의 거리 두기가 필요해요. 목소리의 높낮이, 뉘앙스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좋은 내레이터라고 볼 수 있죠.”

하나님께 늘 빚진 심정

홍씨도 어릴 때는 교회에 다녔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천국 가려고 교회에 나갔다”고 했다. 인간은 너무 나약하니까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때문에 안 다니게 됐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는 하나님께 빚을 졌다고 말했다. 홍씨는 초등학교 때 원인 모를 큰 병을 앓았다. 머리가 아프고 먹기만 하면 토했다. 1년여 동안 약을 먹었다. 이때 홍씨 부모도 교회에 출석했다. 엄마 친구가 입원한 홍씨를 찾아와 기도도 했다. 홍씨는 회복됐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분은 빨리 교회 가라고 성화예요.”

홍씨도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한 몫 한다. 몇몇 동료들과 매달 입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3년 됐다. 처음에는 아기 떨어뜨릴까 봐 걱정돼 애 보는 것을 포기하고 빨래 봉사를 지원했다. 막상 아기를 안았을 때 팔에 너무 힘을 줘 쥐가 나기도 했다. “아기가 입양 안 돼 다시 만나면 반갑다가도 마음이 저려온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향후 계획은 ‘하루하루 최선 다하기’다. 하루하루가 모여 한 주, 한 달, 한해가 결정된다. 그러니까 어느 하루 소홀히 할 수 없다.

글 전병선 기자·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junbs@kmib.co.kr

많이 본 기사

갓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