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마운틴의 천사들-유승관 목사 블랙마운틴 은퇴 선교사 마을 르포

블랙마운틴의 천사들-유승관 목사 블랙마운틴 은퇴 선교사 마을 르포

입력 2012-02-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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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블랙 마운틴에는 과거 한국에서 사역을 하다 은퇴한 미국인 선교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지난 2월 초, 세계선교동역네트웍(KIMNET) 주관으로 샬롯에서 열린 “지역교회 선교활성화 세미나”를 마치고, 최일식 목사(KIMNET 상임대표), 이현석 목사(상임총무), 전기현 장로(운영이사)와 함께 자동차로 세 시간여를 달려 그곳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면(面)소재지와 같은 분위기의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스모키 마운틴이라고도 불리는 그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한국의 시골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미국 속의 한국과 같은 그런 곳에 한국인 같은 미국인들이 살고 있었다. 초기에는 30여명의 은퇴 선교사와 후손이 살고 있었는데, 지난 수년동안 여러 사람이 소천하여 이제는 20명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날 점심 때 그곳에 단 하나뿐인 중국 식당에서 두 분의 여성 선교사를 만났다. 올해 84세인 베티 린튼(Betty Linton) 선교사와 88세의 마리엘라 탈마지 프로보스트(Mariella Talmage Provost-한국명은 부마리아)라는 백발이 성성한 선교사님들이었다. 린튼 선교사는 유진 벨의 외손녀로서 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인요한 교수를 비롯해 여섯 명의 자녀가 4대째 선교사로 헌신하고 있다. 첫째 아들인 스티브 린튼과 셋째 제임스 린튼 선교사는 현재 블랙 마운틴에 있는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hristian Friends of Korea)"이라는 NGO를 통해 17년째 북한의 결핵퇴치 운동과 우물파기 사업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간간이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를 써가면서 60여 년 전의 한국을 회고하는 노선교사들의 눈에는 아직도 가난과 질병에 찌들인 한국이 각인되어 있는 듯 했다. 올해 88세임에도 아직까지 정정한 부마리아 선교사의 증언을 듣는 동안 필자는 가슴이 뭉클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존 탈마지(John V. Neste Talmage)라는 의사로서 미국 남장로교 소속 선교사로 1910년도에 한국에 파송되었다. 의료 선교활동을 펼치며 한국의 죽어가는 영혼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일본의 진주만 폭격(1941. 12.7) 며칠 후에 일본군에 의해 투옥이 되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1952년도에 미국으로 돌아와 샬롯 퀸즈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었던 마리엘라 탈마지(부마리아)는 한국의 부모와 소식이 끊긴 후,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온갖 고생 끝에 겨우 직업을 얻어 고학으로 간호대학을 졸업하였다. 머그 리차드(Mug Richard)와 결혼하여 다시 한국에온 그녀는 서울의 연희전문학교와 대구, 경주의 문화중고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던 남편과 함께 1965년까지 거의 반세기가 넘도록 헌신했다. 그녀의 일곱 자녀 모두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났는데, 존 에드워드 한남대학 총장이 둘째 아들이다, 아버지 존 탈마지가 쓴, “A Prisoner of Christ Jesus in Korea"라는 책을 건네주는 부마리아 선교사님의 손은 평생 막일을 한 노동자의 손과 같았다.

BC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 300여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가하였다. 그런데 참가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한쪽 발이 없거나 한쪽 눈이 뽑힌 육체적으로 치명적인 장애를 가졌다고 한다. 왜냐하면 온갖 박해와 위협 속에서도 그들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기 때문이다.

부마리아 선교사님은 지금도 뜨개질을 해서 만든 인형과 장갑 등을 팔아 저금통에 돈이 차면 아프리카 말라위의 고아들을 위한 선교헌금으로 드린다고 한다. 석양이 산허리에 걸릴 무렵, 블랙 마운틴의 천사가 손수 떠준 인형 선물을 받아들고 돌아오는 동안 신학적 권위보다 강한 희생의 권위가 무엇인지? 예수 그리스도가 친히 보여주신 원자탄보다 강력한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 가슴깊이 새겨볼 수 있었다.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요12:26)



(유승관 목사/ KIMNET 국제이사)

맨 위 사진은 앞줄(의자에 앉은) 중앙에 필자, 오른쪽이 부마리아 선교사

뒷줄 좌측부터, 제임스 린튼선교사, 이현석 목사, 최일식 목사, 베티 린튼 선교사,전기현 장로, 서니 전도사, 베티 린튼 선교사의 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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