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배경’으로 말씀 전하니 설교에 힘… 기독서예가 박재현 씨 동행교회 강단 벽에 요한복음 기록

성경 ‘배경’으로 말씀 전하니 설교에 힘… 기독서예가 박재현 씨 동행교회 강단 벽에 요한복음 기록

입력 2012-04-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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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5시 경기도 양주 백석읍 복지리 3층 아파트 상가 건물. 북경예술원 정회원이자 금융감독원 서도(書道)반 교수로 활동하는 기독서예가 박재현(47)씨가 무릎을 꿇었다. 아직 내부공사도 끝나지 않은 112㎡(34평) 공간에서 그는 3시간동안 꼼짝없이 기도만 했다.

2600세대 아파트로 둘러싸인 이곳은 동행교회가 들어올 곳이다.

오전 8시가 되자 박씨의 제자 정덕교(42)씨가 큼지막한 벼루에 먹을 갈기 시작했다. 물은 수돗물이 아닌 제주 삼다수였다. 강단 벽면엔 높이 2m, 길이 8m의 한지가 붙어 있었다. 그 위엔 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분필로 정확하게 선을 그어놓았다.

박씨는 왼손에 성경을 받쳐들고 ‘하나님의 명령’(말)을 ‘써내려’(씀)갔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대나무와 양털로 제작한 오죽필 끝에서 미끄러지듯 하나님의 말씀이 흘러나왔다. 세로 86행에 23자씩 1978자가 들어갔다. 한 글자 당 크기는 8㎝가량 된다.

“아니, 먹을 가는 데 굳이 비싼 생수를 쓸 필요가 있습니까.” 기자가 묻자 박씨가 입을 열었다. “어휴, 하나님의 말씀을 쓰는데 아무거나 함부로 쓸 수 있나요. 벽면에 붙은 한지 보이시죠. 재래식 방법으로 풀을 쒀 순지로 초배를 한 다음 황금색, 그다음에 연두색 한지를 입혔어요. 마지막은 파피루스가 들어간 한지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3일간 네 겹으로 붙였습니다. 저기에 글씨를 쓰면 100년이 지나도 변치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단 뒷면이 말씀으로 물들었다. 이렇게 해서 강단은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곳 일 뿐아니라 말씀이 보이는 강단이 되는 것이다. 성경말씀은 요한복음 20장 19절부터 21장 25절까지. 예수님을 부인했던 시몬 베드로에게 찾아가신 주님이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3번 물어보셨던 그 구절이다.

동행교회 이성훈(43)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이 선명하게 기록된 강단에서 절대 부끄러운 목회를 하지 말자는 생각에 부탁을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요한복음 20∼21장 말씀은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제자로서의 자존감과 사명을 회복시켜줬던 말씀”이라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저 말씀을 보면 마치 주님과 대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빼곤 강행군이었다. 작업은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작업 마감예배를 드리며 이 목사는 “말씀 앞에 부끄럼 없이 사역하겠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박씨는 전국 31개 교회를 돌며 자비량으로 강단벽면을 말씀으로 장식해 왔다(cafe.naver.com/muksangone). 동행교회 설립예배는 5월12일 오전 11시 드려진다.

양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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