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맏딸 노소영씨 신앙 인터뷰] “남편 수감·아픈 아들 시련 속에 만난 하나님”

국민일보

[노태우 전 대통령 맏딸 노소영씨 신앙 인터뷰] “남편 수감·아픈 아들 시련 속에 만난 하나님”

입력 2012-07-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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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라이프] 대통령의 딸, 재벌기업 회장의 부인, 미디어아트 전문가, 전직 대학교수…

노소영(51)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따라다니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수식어가 필요하게 됐다. ‘기도로 믿음의 가족을 일군 크리스천 노소영’.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나홀로 크리스천이었던 그는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어머니 김옥숙 여사, 남편 최태원 SK 회장과 딸, 아들까지 모두 믿음의 기족으로 이끌었다. 특히 대통령 재임시 전국 사찰에 굵직굵직한 시주를 하는 등 독실한 불자로 소문났던 노 전 대통령 부부의 회심은 극적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회심에 이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10일 서울 서린동 아트센터 나비에서 노 관장을 만나 신앙고백과 포부를 들었다. 그가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먼저 자신 있게 “지금 나는 기독교인이다”고 고백했다.

노 관장은 교회를 다닌 지는 오래됐지만 신앙의 핵심인 예수님을 만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교회를 들락날락한 지는 오래됐는데,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그래도 나이가 많이 들어 늦어서 그런지 예수님이 누군지는 몰랐다. 도대체 예수님이 이해가 안 갔다. 결국 그 분을 만난 것은 지난해다. 얼마 안 됐다.”

오랜 신앙생활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된’ 새 신자라고 고백한 노 관장은 신앙에 확신을 갖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에 거듭 손사래를 쳤다. 망설임 끝에 곁에 앉은 둘째 딸 최민정(21)씨의 손을 잡더니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교회를 들락날락하면서 마음에 뭔가 갈증이 있었다. 또 교회를 가면 뭔가 안 맞았다. 그래서 갔다 나오고 갔다 나오고…. 그러다 우연히 어느 한 분을 만나게 됐다.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분이었는데 불쑥 다가오시더니 ‘나랑 같이 성경공부 해 볼래’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는 결국 매주 나를 ‘멘토링(mentoring) 해줬다. 성경을 외워가야 했는데 아주 무서웠다. 성직자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고 조용히 섬기는 분이었는데 이렇게 3년을 배우니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꺼내 놓으려는 듯 왼손을 가슴팍 아래부터 위로 쓸어 올리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그런데도 답답했다. 하나님의 존재는 확신했지만 예수님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예수님이 누군지 모르는 게 부끄럽고 속상했다”

‘결국 어떻게 예수님을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의 고백을 했다. “모르는 사이에 예수님을 이미 만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촬영·제작=김성대>

◇아들 병석에 찾아온 누더기 옷차림의 예수 그리스도

“2003년에 예수님이 찾아 오셨던 것 같다. 그 땐 몰랐다. 당시에 좀 어려운 상황이다. 남편이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감옥에 갔고, 아들이 소아 당뇨라는 난치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았다. 평생 인슐린을 맞고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 아이들 데리고 서울대병원 소아병동에 입원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마음이 참 힘들었다.”

노 관장은 남편과 아이 모두 곤경에 빠져 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도 목소리가 어둡지 않았다.

“밤에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누가 아이와 내 침대 쪽으로 다가 왔다. 허름한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곤 가만히 아이와 나를 바라봤다. 얼른 일어나서 누구냐고 물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러지 못하고 속으로 내일 물어봐야지 하고 눈을 감으려 했다. 그 순간 자리를 떠나 걸어갔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하나하나 설명했다.

“다음 날 간호사실에 가서 누더기 옷을 입은 사람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런 사람 없었다’고 그러더라. 내가 분명히 봤는데. 지금도 뚜렷한 모습으로 떠오르고 인상에 남아 있는데 말이다. 당시 결국 나는 의문을 풀지 못했고, ‘누더기’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누더기’의 정체는 수년 뒤에 밝혀졌다.

“그 분이 예수님이라 알게 된 건 한 참 뒤다. ‘맨발의 천사’라는 최춘선 할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거지같은 행색으로 30년 동안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예수를 믿으세요’라고 전도를 하고 다니는 할아버지였다. 누더기 옷차림에 냄새가 나니 사람들이 다 피했다. 그런데 사실 술에 취하지 않았고, 미친 분도 아니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할아버지의 집에 찾아가보니까 멀쩡했다. 온전한 분이었던 것이다. 더러운 곳을 맨발로 다니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예수에 대해 전하며 휘적거리는 모습. 영상을 보다 순간 2003년 아이 병실에서 봤던 그와 너무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게 예수님은 누더기차림으로 찾아 오셨다.”

◇평안 찾은 가족, 아들은 교회에서 ‘비트박스’로 특송

‘누더기의 정체를 알고 난 뒤 뭐가 달라졌나’라는 질문에 그는 “평안”이라고 답했다.

“아이가 죽을까봐 만날 노심초사였어요. 혈당이 높았다 낮았다 아이의 건강이 왔다 갔다 했다. 밤이나 낮이나 잠을 잘 수 없었다. 걱정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다.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평안이 찾아왔다. 이런 논리다. 그 때 아이를 찾아온 분이 예수님이면 예수님이 돌봐주신다는 뜻인데 내가 왜 애가 죽을까 살까 걱정을 해야 하나라고. 그 순간 나는 자유로워졌다. 아이로부터 떨어졌다. 걱정도 떨어졌다. 그리고 아이와 내게는 평안이 왔다.”

아들 인근(17)군은 여전히 당뇨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한다. 학교와 교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대학에 갈 준비에도 열심이다.

“‘이우학교’라는 대안학교에 자진해서 들어가 공부를 했고, 교회에서는 성가대로 섬기고 있다. ‘비트박스’로 예배시간에 특송을 하고 수련회에도 따라 간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금이다. 서울대 소아병동에서 어쩌면 나는 가장 낮은 바닥에 있었다. 아이가 아파 죽을지 모르고, 남편의 회사는 망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바닥에 있을 때 평안의 씨앗을 주신 그 순간과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게 나의 간증이라면 간증이다”

노 관장은 경기도 일산의 조그마한 개척교회에 가족과 함께 출석한다. 매주 예배를 드린다. “얘(민정)는 예배실에 들어가서 앉으면 바로 90도로 고개 꺾고 잔다. 아들은 열심히 목사님 설교 말씀을 듣고. 매일 밤마다 아이들과 손잡고 기도한다. 아들한테 성경 쓰라고 하면 투덜거리고 하지만 그래도 민정이랑 같이 잘 따라줘서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부의 회심

노 관장은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이 예수를 영접한 사실을 알았을 때의 감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가 사실 제대로 전한 것도 없고. 열심히 전도하지도 않았는데. 자식이 부모를 전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제가 어머니 아버지한테 특별히 효도를 한 것도 아니고. 근데 그렇게 말씀하셔서 너무 감격스러웠다. 오랫동안 부처님을 모시고 사셨는데. 이렇게 되서 감사할 따름이다.”

아버지가 신앙을 갖게 된 과정에는 조용기, 김장환, 하용조 목사 등 목회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조용기 목사님하고도 굉장히 가까우셨고, 김장환 목사님과도 친분이 있으시고. 진짜 서로 굉장히 사랑하는 사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가 감옥에 가셨을 때 2년 넘게 계셨는데, 성경을 2번인가 독파를 하셨다. 옥중에서 아버지 담당 간수가 장로님이셨다고 한다. 늘 해맑은 얼굴이셨는데 아버지의 유일한 불만은 질문을 하면 답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만큼 열심히 성경을 읽으셨던 것 같다. 기도해주셨던 분들도 많았고”

노 관장은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기도를 해주셨다. 이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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