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마을교회를 지켜라” 66세 老목사 8년째 고군분투… JMS, 교주 정명석 각종 시설 조성

“유일한 마을교회를 지켜라” 66세 老목사 8년째 고군분투… JMS, 교주 정명석 각종 시설 조성

입력 2012-11-0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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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열린 예장통합 총회에서는 이색 안건이 통과됐다. 조그만 시골 미자립 교회를 ‘특별선교교회’로 지정한 것. 주요 교단들이 사이비·이단 단체로 규정한 이른바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로부터 교회를 지켜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 안건이 통과되는 과정에는 칠순을 바라보는 노 목사의 땀방울이 배어 있다. 주인공인 박응규(66·충남 금산 석막교회) 목사를 만나 교회의 사연을 들어봤다.

시월의 마지막 날 오후, 충남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 일대는 천연물감을 풀어놓은 듯 수려한 자태를 뽐냈다. 마을이 내려다보일 정도의 야트막한 언덕에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석막리에 단 하나뿐인 예배처소, 석막교회다.

“저 밑에 폐교를 사들여 만든 JMS의 신학원이 있고요. 마을 위쪽으로는 ‘월명동 수련원’이라 불리는 JMS 회원들의 단체 근거지가 있어요. 요즘에는 3300㎡(1000평) 규모의 지상 4층 건물이 또 들어서고 있고…어휴.” 박 목사의 한숨 소리가 크게 와 닿았다.

박 목사와 예장통합 총회의 이단사이비대책위에 따르면 석막리 일대는 JMS의 ‘성역화’ 작업이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교주인 정명석(67)은 여신도들을 강간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진산면 일대 부동산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석막리의 경우 3분의 1 정도가 이미 JMS측 소유로 넘어간 상태다. 박 목사는 “JMS가 어떤 단체인지도 잘 모르는 동네 주민들과 성도들마저 땅값을 높게 쳐준다고 JMS 측에 팔아넘기고 있다”면서 “몇년 후면 이 동네는 JMS 소유의 마을이 될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JMS 측이 동네의 유일한 교회인 석막교회까지 넘보고 있다는 것. 석막리는 정명석의 출생지로 석막교회는 정씨가 청소년 때까지 다녔던 모교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JMS 측은 정씨가 이 교회를 설립했다고 주장하며 교회매입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정명석의 출생년도는 1945년이고, 석막교회 설립년도는 1949년”이라며 “다섯 살에 교회를 설립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JMS 측이 마을 주민들의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급기야 석막교회 진입로까지 차단당할 위기에 놓이자 소속교단 노회와 총회에 ‘SOS’를 보냈다.

교회가 특별선교교회로 지정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예장통합 대전노회의 회원교회 목회자들이 정기적으로 돌아가면서 주일 오후 예배 설교자로 석막교회를 방문하는 등 교회 존속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우리 교회를 교단에서 계속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으면 JMS 측에서도 쉽게 넘보기 힘들 겁니다. 마을에 하나뿐인 교회를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서 이어가야 합니다.”

은퇴를 4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노 목사가 작은 시골교회를 지켜내려는 간절한 마음은 어디에서 샘솟았을까. 이날 저녁, 교회 예배당에서 지켜본 성도들의 모습에서 박 목사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오후 7시 수요예배가 예정된 저녁, 6시가 조금 넘어서자마자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예배당에 들어와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백발의 할머니는 이미 강대상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박 목사는 교회 앞마당에서 마주친 또 다른 할머니 성도에게 안부를 묻는 중이었다. “오늘 대전에 다녀오신다면서요.” “다리가 아파서 못갔어유.” 말투와 서로의 표정이 옆집에 사는 이웃이 나누는 대화 같았다. 이어 박 목사는 차 키를 들고 서둘러 승합차로 향했다. 걷기가 불편한 성도들을 ‘모시기’ 위해 손수 운전대를 잡는 것이라고 했다.

석막교회는 성도 15명 안팎의 미자립 농촌 교회다. 8년전 부임한 박 목사가 막내로 꼽힐 정도의 ‘늙은’ 교회로, 젊은이가 없어 교회 십자가 성탄트리를 10년 넘게 장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목사와 성도들의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은 더 없이 커 보였다. 그들은 교회를 지켜내야 하는 이유를 온몸으로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금산=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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