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지훈] 검사 자질론

국민일보

[시사풍향계-박지훈] 검사 자질론

입력 2012-11-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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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실현을 위해서는 청렴성과 순수함, 집념과 자존심 있는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 몇 가지 사건들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검사의 자질이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등 거의 매년 검사들의 비리가 터져 나오고, 급기야 현직 부장검사가 다단계회사 관련 범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접하면서 그렇게 된 듯하다.

‘공공의 적2’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강철중’이라는 멋진 검사가 있었다. 그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고교 동기생인 재벌급 인사를 끝까지 추적해 범행을 파헤친다. 상사와 부딪치면서도 기죽지 않고 초지일관 오로지 진실을 향해 달린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검사의 이미지는 대체로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범죄를 추궁하고, 자신의 생활을 뒤로 한 채 끝까지 범죄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그런 모습이다. 이런 검사의 모습에 매료되어 검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고시공부에 매진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검사의 직무상 비리와 관련된 사건의 수사 결과는 늘 미진함을 남겨 검찰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게 되고, 한때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 존경을 받던 검찰의 직역 역시 이와 비례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조인으로서 검사에게 과연 어떠한 자질이 필요할까.

인권의 옹호자로 규정된 검사에게는 고도의 청렴성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우리나라 검사에게 주어진 강력한 두 가지 칼이 있다. 그것이 바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다. 기소독점주의는 검사에게 공소제기의 권한을 독점시키는 것을 말하고(형사소송법 제246조), 기소편의주의는 형사재판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혐의가 있음에도 검사의 재량에 따라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형사소송법 제247조).

기소독점주의로 인해 관료나 정치권력과 결부되어 검사가 정치권력화될 수 있고, 기소편의주의로 인해 자칫 검사로 하여금 독단에 흐르게 하는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법이 검사에게 준 강력한 두 가지 칼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검사의 비위 관련 사건들에서 국민들로부터 ‘제 식구 감싸기’ 등의 비판을 면치 못한다.

경찰수사권 독립문제와 함께 이러한 검사에게 부여된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의 두 가지 권한을 조정해야 하는지의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검사가 이러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 이 직역에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검사에게 첫 번째로 요구되는 자질은 순수함이라고 생각된다. 사건에 대한 순수함이 무너지면 청렴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형사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공정성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타인의 잘못을 처벌하고 단죄하는 검사에게 일에 대한 순수한 도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로지 사건의 실체적 진실만 봐야지 피의자나 피해자 등 다른 요소를 살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두 번째로 요구되는 자질은 집념이라고 할 수 있다. 검사는 강한 정의감으로 부정을 용납하지 아니하고 이를 끝까지 추적하는 끈기와 사건에 대한 엄청난 집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범죄 등 사회현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력과 집요하리만치 파고드는 자세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대한민국 검사다’라는 검사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약간은 건방져도 좋으니 ‘감히 검사를 어떻게 보고 이러한 부탁을 하는가’라는 마음가짐이 국민이 바라는 검사의 소명의식이자 검사의 자존심일 것이다. 검사가 연루된 비리 사건의 대부분이 검사로서의 소명의식 결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만나본 대부분의 검사들은 순수함과 정의감 자존심 등 검사로서의 자질들을 충분하게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몇몇 소명의식이 부족한 검사들 때문에 대다수 검사들이 그러한 사람인양 오해받아서는 안 되겠다. 따라서 검사들의 비리를 수사할 때는 검찰 스스로 일벌백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지훈 변호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