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기식] 납득의 정치

국민일보

[기고-황기식] 납득의 정치

입력 2013-03-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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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에서 대선 24건, 총선이 36건 실시됐다. 그 결과 올해는 세계 차원의 정치적 변동이 예상되는 한 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선 후 세대·지역·계층 간 갈등 표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사회의 리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사회를 지키고 내부적으로 사회의 규율을 세우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을 돌보기 위함일 것이다.

남태평양 일부 사회에서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아로파, 즉 사랑, 배려, 돌봄,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행위를 꼽는다고 한다. 척박한 삶의 환경을 극복하고,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시련을 공동체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과 분배의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오랜 세월 공동체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도 산업화 사회,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순히 사랑과 배려만으로 사회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어렵다기보다 불가능한 일이다. 사회가 정치권에 요구하는 몇 가지만 나열해 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음이 드러난다. 경제 성장과 분배에 관한 해묵은 논쟁도 그러하며, 영남권 신공항 문제만 해도 최종 선택을 하는 순간 반대 지역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저성장,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올해 국민 여론이 하나로 수렴되는 항목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치 리더가 지닐 최선의 덕목이란 더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정치는 해야 할 많은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인 만큼 순서를 정하는 것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납득의 정치, 즉 자신이 원하는 정책이 반영되지 못한 계층이라도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사회가 추구하는 당위적 목표와 투명한 결정 과정이 요구된다.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제시할 때 진정 구성원의 납득을 얻고자 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 항목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 청사진을 처음 제시할 밑그림에 크로스커팅 이슈와 크로스오버 이슈를 명확히 제시하는 일이다. 크로스커팅 이슈를 제시함이란 전 영역에서 고려돼야 할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선정하는 일이다. 이는 다른 사안과 타협하지 않고 지켜져야 할 대원칙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양극화 해소, 차별 철폐, 분배 정의의 실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크로스오버 이슈란 서너 가지 사회적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우선 선택하는 것이다. 저성장, 청년실업, 지방분권의 문제가 중첩된 사안임을 고려해 지방 대학을 지원하고 지역 기업과 연계된 고용 성장을 유도하는 데 집중 지원하는 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정책을 추진하면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새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고조되는 시기이다.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납득 가능한 응답이 요구되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화된 사회에서 끊임없는 무한경쟁 체제는 모든 이들에게 공포다.

개인과 기업은 당연히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경쟁에 임해야 하지만 정치는 미래에 대한 공포를 최대한 자잘하게 나누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서로 다른 계층, 세대, 지역, 집단 사이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납득의 정치가 실현돼야 한다.

황기식(동아대 교수·국제대학원)

아직 살만한 세상